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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10 직소폭포의 여름날 - –한폭의 그림같은 폭포
  • 기사등록 2021-05-21 08: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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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여행은 항상 가슴 설레고 흥분에 빠지는데 특히 고향을 그릴 때는 더욱더 그렇다. 이른 아침 개암황토죽염 찜질방에서 출발해서 시내에 들러 간단한 점심도시락을 사서

스케치용 가방에 넣고 남여치 매표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월명암을 오르기 위해 준비운동을 한 후 홀로 산행을 시작했다.

월명암 가는 길에는 봄소식을 알리는 들꽃이 낙엽 속에서 빼꼼이 얼굴을 수줍은 듯 드러내고 있었다. 산새 소리와 약간의 봄바람 소리에 귀가 호강을 느끼면서 홀로 산행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월명암에 도착하니 두 마리 삽살개 중에 한 마리는 세상을 떠나고 남은 한마리가 반겨준다. 조용한 산사에 고요함이 묻어났다. 스님한테 따뜻한 차 한잔을 보시 받고 이내 직소폭포로 가는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만날 친구는 어수대에서 올라오고 있다 하여 내가 그리고 싶은 장소가 있어 먼저 출발을 하였다.


봄을 향하는 마음의 지팡이로 삼아 직소로 향하는 길은 상쾌했다. 내변산의 1경 멋진 직소폭포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햇볕이 숨었다 들었다 반복하기를 몇 번 하는 사이에 스케치 장소에 도착하여 화판을 펼쳤다. 등산객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시내 편의점에 사서 들고 온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작은

들꽃이 반주가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도시락이 참 맛있다. 도시락을 다 먹을 때쯤 친구를 만나 다시 발걸음을 직소 폭포로 옮겼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가에 펼쳐놓은 여러

가지 야생화들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여러 칼라를 보여주고 있었다. 

30m의 직소폭포에도착하니 봄바람이 많아 물결도 성급해 보였다. 오후 햇빛이 눈을 성가시게 했다. 역광이라 스케치하기가 좀 불편했지만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마음이 급했다.

작품을 하는 동안 친구는 폭포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하고 공무로 바빠 피곤했는지 간이 의자에 기대어 오후를 즐기고 난 작업을 하였다. 고향 직소폭포에서 내려온 물로 작업

을 하니 붓질도 가벼웠다. 작품을 마친 후 하산하여 내 차가 남여치 주차장에 있어 그 곳까지 귀찮음을 감수하며 데려다


내변산 중심부에 있는 산 속에 위치한 직소폭포는 관음봉과 계정에서 풀어내는 물이 어우러져 깎아내리는 절벽에 이르러 폭포소를 만들고, 그 물들이 옥담분과 선녀탕을 거쳐 직소보로 흘러 봉래구곡을 따라 부안댐으로 흘러간다. 일반적으로 변산국립공원은 육상형 산과 해상형 바다로 나뉘는데, 변산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오래 전부터 산해절승 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운 아름다운 곳이다. 타원형으로 감싼 산줄기 안쪽의 산악지를 내변산, 그 산줄기 바깥쪽의 바다를 외변산으로 구분한다. 내변산의 최고 절경이 바로 직소폭포라 할 수 있다. 


‘박연폭포, 황진이, 서경덕’이 송도삼절이라면 부안의 삼절은 ‘직소폭포, 유희경, 이매창’이다.

기생 시인이였던 이매창은 시와 거문고에 능했는데, 멋진 기생과 대쪽 같은 유희경은 변산에서 특히 폭포아래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니 얼마나 폭포가 아름다웠나 생각해본다.


부안 출신의 신석정 시인은 직소폭포에서 영감을 얻어 절묘하게 삼절을 청하기도 했다 한다.개인적 생각으로는 유희경 보다는 부안 출신 신석정 시인이 부안삼절이 아닐까하고 주

제넘게 생각해본다.

내변산은 의상봉(509m)을 최고봉으로 쌍선봉, 옥녀봉, 관음봉, 선인봉 등의 괴암 봉우리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속에 직소폭포가 비경을 품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산은 500m의

낮은 산이지만 첩첩이 이루어진 산줄기들의 품이 깊은 변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했다는 능가산, 또는 신선이 살았다는 봉래산 그 가운데 직소폭포가 위치해 있다.


내가 국민학교 6학년 졸업기념 수학여행을 2박 3일 변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이라 우리가 먹을 쌀 1되씩 메고 올라갔던 기억이 생생하고 직소폭포에 올라갔을 때는 늦가을로 생각되는데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아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이게 무슨 폭포야 했는데 알고 보니 앨범을 제작하는 학교 근처의 중앙사진관 아저씨가 폭포물을 잠시 막아뒀다가 다시 흐르게 했던 기억이 아련하게스친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는 22.5m의 절벽으로 곤두박질치는 거대한 물줄기가 천둥 같은 물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모습이 일품인 폭포인데 물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어린 마음에는 많이 실망했으라 생각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더 넉넉한 직소폭포는 내변산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직소폭포를 1999년 마지막 겨울에 올라 얼은 붓을 입으로 빨아 녹여가며 그렸던 추억이 새롭다.

올해에도 단풍들고 하얀 눈이 내리면 다시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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