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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26 눈 내린 깃대봉 - –소금 뿌린듯한 깃대봉
  • 기사등록 2021-06-07 11: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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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깃대봉 134*210cm 한지에 수묵담채

귀한 눈이 내린 고향 변산국립공원에 대설주의보가 끝나고 며칠 후 주말을 이용해 내변산으로 산책하듯 한걸음에 달려갔다. 바쁜 일이 산적해 있었지만 모두 뒤로 미루고 곰소에 도

착해보니 쌓인 눈으로 그때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내변산의 설경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첫째, 그 아름다움에 취해 어찌할 줄 모르고, 둘째, 깊고 험한 산세에 눌려 발길을

들여놓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산세가 높고 험한 데서 어찌할 줄 모른다. 비록 최고봉인 의상봉이 509m에 불과하지만, 깊은 계곡 첩첩산중이라 호락호락하지 않은 산이

다. 사람의 진을 다 빼놓을 정도의 산의 높이도 아니면서도 그 산세가 깊어 중후한 겨울 산의 맛을 지니고 있다.


아침 식사 후 간단한 점심을 화구 가방에 넣고 내변산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는 고향 친구와 곰소에서 출발하여 중계교를 거쳐 서운봉, 사두봉을 거쳐 깃대봉 앞에서 스케치하고 청림마을 방향으로 내려오는 약 10km의 산행 스케치길이었다. 다행이 폭설이 내린 후 며칠 있다가 산에 오르니 간간히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아이젠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내

변산의 숨어있는 비경을 볼 수 있어 기분 좋은 하루였다.  변산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평범한 산처럼 보이지만, 오를수록 아름다운 절경을 품고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깃대봉의 위세도 대단하지만 주변 조망 이 끝내주는 숨은 진주, 보물 같은 고향 산이다. 깃대봉 사이로 멀리 바라보는 부안호 얼음 위에도 수북이 눈 쌓인 모습이 아스라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깃대봉3  199*117cm 한지에 수묵담채 2019  

소금을 뿌린 듯한 산의 모습을 연출하는 부안의 눈은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륙에 내리는 눈과는 사뭇 다르다.

변산의 눈은 습기가 많고 무겁다. 또한 눈을 손으로 뭉치면잘 뭉치고 잘 녹는데 아이젠에도 잘 들러붙어 걷기에 불편함이 있다. 그런 불편한 것을 잊고 오랜만에 눈 쌓인 길을 걸어

스케치하고 내려오니 또 다른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스케치 산행이었다.


참고로 내가 산행 스케치하며 느낀 겨울 내변산의 매력을 말하고 싶다.

첫째, 겨울 내변산은 속살을 오롯이 드러낸다. 산수화가가 작품하기 좋게 산의 근육과 뼈대를 가장 잘 볼 수 있고 계곡과 능선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산의 굴곡은 물론 산 전체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이 점은 겨울 스케치의 큰 즐거움의 하나이다.


둘째, 겨울 산은 눈과 눈이 만든 자연의 걸작품이다.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변산은 그 자체로 매력 덩어리이다. 환상적인 설경 아래 겨울의 낭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눈, 겨울 산행 스케치의 백미는 바로 눈 내린 내변산을 가로 지르며 맛보는 짜릿한 비경에 있다. 특히 하얀 눈과 노송 및 기암이 어우러진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봄이면 진달래 울긋불긋 꽃피우고 단풍이 곱게 물들었던 바로 그 자리에 겨울이면 은빛의 비단으로 하얀 페인트로 칠한 듯 하얗게 쌓인 눈 자체도 멋지지만, 노송과 기암이 어우러진 겨울의 내변산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독특한 멋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셋째, 겨울 내변산은 조망이 뛰어나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잡목이 말라 죽으면서 여름의 답답함은 줄고 대신 시원한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한다. 봉우리마다 서서 바라보면 새만금 방조제부터 곰소만까지 시원하게 바다를 관망하며 스케치할수 있다.


넷째, 겨울의 내변산은 낭만이 있는 장소이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

운 분위기’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낭만을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적하면서도 운치 있는 겨울 산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관망하는 겨울 스케치 산행은 그

자체가 낭만이자 한편으로는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본다.


이와 같이 황홀한 고향 산위에서 느끼는 내변산의 겨울 매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얀 눈과 암벽사이 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은 때론 꿈에서 만나는 신선의 세계가 되기도 한다. 내변산 깃대봉의 설경 작품은 그동안 56m 해안풍경 작업 때문에 미루어뒀다가 이제야 완성하였다. 소품으로 스캐치해 와서 봄이 되어 화실에서 200호로 재작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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