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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28 내소사 매화나무 - –고고함을 지키며 서 있는 고매화
  • 기사등록 2021-06-10 18: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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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매화꽃을 알현하러 가는 길은 행복함 그 자체이다.  석포리 입암마을 내소사 앞 주차장은 주말 이른 봄인데도 차량이 제법 많았다. 절집 가까이 주차한 다음 내소사 전나무숲

길로 들어섰다. 변산의 날씨는 무척이나 맑았고 전나무 숲에는 낙엽이 켜켜이 쌓여 있어 운치가 그만이었다.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주차장을 지나 상가에서부터 출발하여 산문 앞 할아버지 당산나무를 지나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한 연못까지 약 300m의 산책로 길이다.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변산 내소사 경내의 일부분이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힐링의 길이다. 전나무의 숲길이 끝나며 벚나무 고목과 애기 단풍나무 너머로 능가산의 아리따운 바위들이 고개를 내밀며

나를 천왕문과 봉래루로 안내한다. 


잘 늙은 절집 전북 부안의 내소사. 오래된 전나무와 고목 벚나무들이 많기로 이름나있는 사찰이다. 내소사 앞마당에는 세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두 그루는 백매이고 다른 한 그루는 홍매이다. 홍매는 봉래루 방향에서 대웅전을 바라볼 때 왼쪽에 있고, 백매 한 그루는 오른쪽에 있고 작품 속의 백매한 그루는 대웅전을 가기 전 봉래루 우측에 위치해 있다. 그리 크지 않으면서 날씬한 몸매로 바위에 기대어 균형을 잡고 있던 매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바위만 임 그리워 하듯 홀로 서있다.


고매는 아니었지만 서해 칠산 앞바다의 찬바람 맞으며 매년 2월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 우리 토종매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나무였는데, 지금은 고사하고 없어서 이제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꽃은 그리 많이 피우진 않지만 고고한 향은 내소사 절집에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을 피워 전령사임을 자처했었다.


매화꽃을 현장에서 스케치하면서 추워 덜덜 떨면서도 매화꽃을 보고 있으면 애틋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아쉬움화폭에 가득하다.


선인들은 송,죽,매를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 칭하고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여겼고, 매화를 사군자 중에 으뜸이라 여겼으며 매화는 ‘사귀(四貴: 稀, 老, 痩, 雷)’라 하여 ‘꽃은 무성하지 않고 드문 것(稀), 어린 것보다 늙은 노목(老), 살찐 것보다 야윈 것(痩), 활짝 핀 것보다 꽃봉우리(雷)’를 귀하게 여긴다 했는데 지금의 내소사 봉래루 옆에는 이런 귀한 매화나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옛 선비들이 매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곧은 기개로 피는 고귀한 꽃과 은은하게 베어나는 향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고혹적인 매화 향기를 암향이라 일컫는데,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는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한 어둠 속 목탁소리에 떠 있는 향기가 아닐까 싶다. 죽음에 이른 듯 매화의 건강함은 볼 수 없었어도 딛고 일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 듯 조금은 흉할지라도 고사된 그 자리에 매화 한 그루 그대로 서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보며 절집 산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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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10 18: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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