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33 대항리의 겨울바닷가 - –눈이 짓무르도록 아름다운 수평선
  • 기사등록 2021-06-17 12:11:56
기사수정


문득 눈이 소복이 내린 곰소만 바닷가를 쳐다보다가 변산 대항리의 바닷가로 떠나고 싶어졌다. 부안지방에 내려진 대설주의보였지만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40cm

정도 쌓인 도로를 뚫고 대항리에 거북이 걸음으로 도착하였다. 그곳 풍경은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 너머 비안도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보니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이고 있었다.


시인 안도현은 ‘모항으로 가는길’, ‘낭만주의’, ‘바닷가 우체국’ 등의 시를 써 부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고향이 부안인 나는 무엇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렇게 수묵화로 부안을 노래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대항리는 부안읍에서 남서쪽으로 국도 30호선을 타고 변산반도 해안을 따라 해창마을을 지나 대항(大項)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해안가를 따라 방풍림처럼 서 있는 해송이 자리하고 허리가 잘린 마을 뒷산 선인봉 줄기가 세 갈래로 내려와 마을을 감싸안고 마을 앞바다 멀리 비안도(飛雁島)가 보인다.


이 마을은 산세가 마치 커다란 학(鶴)이 날아가는 형국이라 하여 ‘큰 대(大)자, 학 학(鶴)’ 자를 써서 대학(大鶴)이라 하였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정착하여 마을을 크게 형성하면서 학의 목에다 터를 잡았다 하여 큰 대(大), 목 항(項) 자(字)를 써서 대항(大項)이라 불리었다고 전한다.


이 마을 서쪽 해안에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조개 무덤이라는 패총이 국가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데 옛날부터 이곳에서 바닷조개와 고기를 잡아먹으며 생활하였다고 전

해진다.

1950년도부터 새만금 간척이 되기 전까지는 사시사철 바다에서 조개와 김 양식 등을 하여 생활을 해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옛날이 그립다고 동네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였다. 무분별하게 새로 생긴 관통도로도 더욱더 지역 경제를 막고 있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계속해서 해풍과 함께 내리는 눈 때문에 현장스케치는 못하고 카메라와 눈으로만 스케치를 하고 도로가 얼기 전에 서둘러 곰소작업실로 향했다. 대항리 바닷가에 넋을 놓고 반해

본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6-17 12:11:5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칼럼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