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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61 상서 고잔마을 - –복사꽃 향기 코 끝을 스치다
  • 기사등록 2021-07-17 2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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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 고잔마을 43x2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나는 그림 그리면서 늘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의 안과 밖을서툰 생각에서 깊은 생각으로 흐린 생각에서 맑은 생각으로, 그 과정에서 또렸해진 생각을 하며 오늘도 고향풍경을 화폭

에 담아 그려간다.

무심코 지나는 국도 도로 담장 너머로 개복숭아꽃이 아름다운 전북 부안군 상서면 부안로 2129번지 김광업· 김영순댁을 그려보았다. 한마디로 고잔마을은 상서면의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의 고잔리 풍경은 부안읍에서 행안을 지나 줄포로 가는 방향으로 23번 국도를 따라 너른 들판을 양쪽에 두고 시원스럽게 뚫린 2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남쪽으로 6km 지점에 20여 가구의 집들이 도로를 중앙으로 양편으로 자리하고 있는 돛단배 모양의 마을을 만나게 된다. 왼쪽에는 고잔 정미소가 우뚝 서 있고 오른쪽에도 방앗간처럼 우뚝 서있는 길가의 집이 바로 작품 속의 풍경이다.


봄날 날씨도 포근하여 고잔정미소 옆 독새기(둑새풀)가 무성한 논에 앉아 봄바람을 맘껏 맞으며 붓을 들었다. 빨리 달리는 차들 때문에 시끄러워도 놓칠 수 있는 풍경이라서 무리하면서 그리고 있었다. 동네 어르신의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까지 스케치하며 맘껏 즐겨보았다.

마을에서 상서면 소재지까지는 1km쯤 된다. 고잔리(古棧里)는 집성촌들의 대부분이 지금은 모두 해체된 상태지만, 이 마을은 원래 전주이씨(全州李氏)들의 집성촌이었다. 마을의 서남으로 변산의 끝자락 마당바위 쪽에서 뻗어 내린 구릉의 한 가닥이 채씨들의 선산에서 멈추었는데 풍수쟁이들은 마을의 형국을 와우형국(臥牛形局)이어서 집집의 창고에는 항시 곡식이 가득할 것이라며 고장리(庫藏里)라고도 했다하고, 고장리가 변하여 고잔리로 되었다는 다소 황당한 설도 있다.


고잔의 남쪽에 새로 생긴 마을이 샛터 마을이다. 마을의 뒤로는 옛날 나무숲이 울창하여 이곳에서 숯을 구웠다 하여 숯부댕이라 하였다. 마을 이름이 고잔인 것은 마을 앞 통시암들을 흐르는 두포천에 놓인 고잔교(古棧橋)가 통나무나 판자를 깔아 축조한 잔교(棧橋), 즉 잔다리여서 생긴 이름이다.


우리나라 땅이름 중에 고잔이라는 지명은 보안면의 유천리 옆에도 있고 정읍시의 입구에도 있으며 김제시 황산면에도 보이는 등 전국의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또 마을 앞에 통으로 맨우물이 있었는데 물맛이 좋고 수량도 많아서 온 마을이 이용하여도 마르지 않았다 하며 그래서 그 앞들을 통시암들이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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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17 2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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