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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62 고향 방앗간(행안) - –옛 고향 정취에 물들다
  • 기사등록 2021-07-17 22: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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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리 방앗간 28x44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지금은 멈춰있지만 방앗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어린시절에 방앗간 가까운 곳에 살았기에 많은 시간을 방앗간에서 많이 보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마을은 사방이 논으로만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앞 개울은 농사를 짓기 위한 물이 유유히 흐르고 신작로 길가엔 아카시아꽃이흐드러지게 피는 아담한 마을이었다. 곡식을 찧는 방앗간은 있었지만 그림 속의 풍경처럼 떡방앗간은 없었다. 그래서 명절 때면 직접 집에서 방아를 찧어 떡을 빚거나 아니면 4km면소재지까지 나가야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도시에 비해 볼거리, 체험거리가 빈곤했던 유년시절 고향의 방앗간은 아름다운 추억 생성의 공간이기에 충분하다. 추억의 고향을 생각하며 가보고 싶은 곳이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느 지역이든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사라진 게 많다. 


행안 봄이야기 2 29x44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추억 속 방앗간도 그렇고 코흘리개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도 가보고 싶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작품 속의 행안방앗간은 명절이나 집안에 대소사가 돌아오면 제일 바빴던 곳이었다. 특히 명절 떡 방아를 찧느라 방앗간은 분주하기 마련이었다. 명절이 되면 방앗간 앞에는 고무다라를 놓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들의 어머님들로 북적이었다. 떡 시루에 불을 지피고 절구통에 방아를 찧어 떡을 빚어 설을 보낸 세대들에 추억 속의 고향 방앗간이 없어졌다는 얘기는 세월의 무상을 느끼게 충분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향 방앗간에서부터 긴 설 명절의 축제는 그 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년시절 눈에 비친 어머니들의 전통방식의 설 떡을 빚던 그때 그 모습도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옛 이야기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그림 속에 옛 방앗간이 없어 졌다.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연히 문을 닫게 된 것으로 본다. 부안 시내에 현대화된 방앗간 몇 곳 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벌써 시간이 이리 흘러버린 걸까 하는 생각,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내 기억 속에서 흐릿해 지는 것과 동시에, 실제 존재했던 것들도 사라져가는 모습이 안타깝고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아무리 영원한 곳은 없다지만, 예전 기억의 장소들이 하나하나 없어져 가는 것이 내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보다도 더 안타깝다.

행안 봄이야기 1 60x3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어릴 적 내 고향, 그때의 동네 방앗간, 구개천의 추억, 우물가의 추억의 편린들을 떠올릴 때면 나는 그리움에 눈물이날 것만 같다. 그것은 조각 나 있는 기억이지만 그 기억들은

너무 진한 그리움이다. 모정 앞에 흐르던 작은 개울도 없어졌고, 그리움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던 고향에 부모님도 없었다. 낯익은 아스팔트 신작로 길만이 이곳이 내가 그토록 그리워 하던 고향임을 알게 해주었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실망하지 않다. 왜냐하면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고 그 변함에는 옛 것의 기억은 아름다운 것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그리던 고향을 화폭에 담아내는데 나는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고향은 언제나 늘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그 고향이다. 이제 더 이상 꿈속에 나타나 주진 않지만 말이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이젠 너무나 멀어진 세월 저 너머로 절대 되돌아 갈 수 없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어린 나를 찾는 그리움이기도 하다.

그림 속의 행안방앗간은 부안 읍내에서 군부대를 지나 부안 폐차장을 막 지나면 오른쪽에 위치한 행안방앗간과 등대이발소 풍경 모습을 화폭에 담아보았다. 작업하는 동안 많은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라서 먼지도 많고 스케치 환경은 썩 좋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벚꽃 핀 행안떡방앗간 풍경을 담아보고 싶어 여러 번 벚꽃의 개화시기를 여러 해를 지나친 듯했다. 올해는 꼭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꽃의 절정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서울에 있다 보니 조금 늦은 듯했지만 다행히 화폭에 담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세월이 흐르면 이런 옛 정취가 사라질 방앗간의 풍경이 살아가는 동안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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