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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64 운산리 지포신경 - –내변산 마을의 숨은 비경을 바라보다
  • 기사등록 2021-07-19 14: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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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리의 봄 33x3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운산리는 부안읍에 변산해수욕장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변산면 소재지에서 내변산 방향으로 가다가 지서리를 지나 다시 남쪽으로 2km 정도 들어가면 크고 작은 산들이 감싸안고

있는 마을이다.

지금부터 약 700여년 전 고려 원종(1259년~1274년)때 당시 평장사(平章事)를 지낸 지포 김구(金坵,1211년~1278년)는 부안 출신에 휘(諱)는 구(坵)요, 호는 지포(止浦)이며시(諡)는 문정공으로 고려 고종 때 몽고의 침공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학자와 정치가로서 나라를 위해 힘쓴 당대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본관은 부안이고 우복야 김의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시문에 능하여 신동이라 불리웠으며 12세에 조사시에 합격하였다. 1232년(고종 19년)에 22세에 문과급제하여 정원부사록, 제주판관, 한림학사에 올랐다. 또한 예부시랑이 되어 원나라에 대한 외교문서를 맡았고, 서장관으로서 원나라에 다녀오기도 했다. 원나라 사행길의 견문을 수록한 ‘북정록’을 저술하여 당시 처음으로 원나라의 실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지포(知止浦)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말년에 산자수명한 이곳에 거처를 정하여 살면서자손들이 번창하여 마을을 이루게 되였다.


마을의 동쪽 방향에는 쌍선봉(雙仙峰,484m), 남쪽으로는 두운산(斗雲山), 서쪽으로는 옥녀봉(玉女峰)이 감싸 안고 있다. 사계절 철따라 꽃이 피고 새가 울며 시냇물 졸졸 흐르고, 산봉우리마다 아름다워 이 경치를 보고 ‘구름 운(雲)’, ‘뫼 산(山)’을 써서 운산이라고 마을 이름을 지었다 한다.


또한 산봉우리 계곡마다 전설이 있다. 고려 중엽 전국에서 이름난 지관이 두운산(斗雲山)에서 명당을 찾고 있었다. 그때 산 중턱 바위에서 붉은 털을 가진 기러기가 지사 앞에서 갑자기 죽어버리니 깜짝 놀라서 살펴보려고 기러기를 손에든 순간 천둥이 치며 세상이 캄캄하게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집채만한 독수리가 날아와 지관을 태우고 어느 계곡으로 데려갔다. 마침 바위가 축축하게 젖어있어 만져보니 기름같이 끈적끈적하여 바가지로 물을 퍼서 독수리에 올라탔다. 날아가다가 어느 바위에 부싯돌을 발견하여 그것도 가지고 절벽 중간 쯤 날아가니 옥으로 만든 커다란 등잔이 있었다. 지관은 가져온 기름을 붓고 부싯돌로 불을 붙이자 캄캄했던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며 본래의 모습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독 한 계곡만 캄캄한 어둠이 계속되고 밝아지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아보니 산적들이 많이 있어 하느님도 언제나 어두운 곳에서 살라는 뜻으로 생각하게 되였다. 그 뒤로 두운산이 바뀌어 운산이라 불리게 되었고 지관이 명당자리를 찾은 곳은 북재(고치:鼓峙), 기러기가 나온 계곡을 홍골(홍곡:鴻谷), 독수리가 나온 바위는 수리대, 기름을 가져온 곳을 기름밭골, 옥으로 만든 등잔이 있는 곳을 옥등계벽(玉燈溪璧), 부싯돌을 가져온 곳을 성냥골, 어둠이 계속된 계곡을 어둠골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전한다(참고문헌: 《부안의 얼》-부안교육청)변산면 소재지인 지서리(知西里) 일대는 예전에 조수가 드나들던 포구마을로 땅이름은 지지포(知止浦)였다. 지금의 지서리는 평지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평지말’이라 하였는데, 구한말·일제강점기 초에 간척으로 지지포가 없어지면서 지서리는 지지포의 서쪽마을, 지동리(知東里)는 동쪽마을, 지남리(知南里)는 남쪽마을이라 하여 생긴 이름들이다. 이는 지지포의 ‘知’에 뿌리를 두고 확대된 땅이름 생성의 예다.

고려의 대문장가, 뛰어난 외교가였던 김구는 부안이 낳은 역사상 최고(最古)의 인물이자, 부안에서 최초로 문정(文貞)이라는 시호(諡號 : 학문이나 덕행 충절이 있는 분에게 임금이 내리는 호)가 내려진 인물로 부안김씨들의 중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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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19 14: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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