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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69 만화동의 겨울 - –하얀눈이 소복히 내리는 날이면
  • 기사등록 2021-07-25 13: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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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동의 겨울 53x4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5


개암 황토찜질방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개암사 우금바위가 하얀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봄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이 지났는데도 생각하지도 못한 3월에 자연이 주신 선물이 고맙다. 겨우내 지겹게도 내린 눈이었지만 오늘은 새삼스럽게 반갑기도 하다. 가는 겨울이 아쉽기도 하지만 오는 봄을 시샘하는 오늘의 눈이 싫지만은 않은 까닭은 뭘까?

작품 속의 소재 농가의 설경 작품은 곰소로 가는 길가 옆에 위치하고 있어 주말마다 왕래하며 다니는 우동리 마을은 내가 부안이 고향이면서도 살고 싶은 동네인데, 고향이 아님에도 부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는 동네가 우반동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이다.

반계 유형원의 유적지로도 많이 알려진 동네인데 가까운 친구 가운데는 부안을 둘러보고서 지역에 와서 산다면 보안면의 우반동(우동마을)일 것이라고 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부안 고향에 산다면 가장 살고 싶은 동네이며, 이 지역의 역사문화를 얘기할 때 반드시 거론할 곳 중의 하나가 우반동이라고 생각한다.


반계 유형원(1622~1673)은 조선 효종·현종 때 실학의 선구자이며, 선생의 유적지가 있는 마을이다. 선생은 1648년 두 차례에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하고 효종 4년(1653)에 이곳으로 이사한 후 일생을 숨어 지냈다. 선생은 뛰어난 학문으로 거듭 벼슬자리를 받았으나 모두 사퇴하고 평생을 학문에만 힘을 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곳에서 반계수록 26권을 펴냈고 반계 선생의 학문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는데, 선생의 주된 저서인 반계수록에서 농촌을 부유하게하고 민생을 넉넉하게 하는 여러 가지 주장을 펴 정약용 등의 후기 실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반계 사당을 주제로 그리면서 반계선생에 대하서 자세히 쓰고 싶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고향 향수의 그리움이 밀려오고, 티없이 깨끗한 눈을 밟으며 강아지와 함께 바스락바스락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를 내며 어린 시절 동심에 뛰어 놀던 그리운향 언덕. 그리워라 그리워 하얀 눈과 더불어 정다웠던 그때 그 소꿉친구들 그리움은 간절하고 지금은 어디에 어느 곳에 속절없이 살고 있는지 그리운 추억만 쌓인다. 벌써 내 머리카락은 백발이 하얗게 덮여 세월이 감을 알고, 향수로 세어버린 머리카락 고향 찾아 흩날린다. 우반동 농가 뒤 눈에 수북이 덮인 야트막한 산봉우리 ‘데칼코마니’ 같은 풍경에 오늘도 붓질을 한다.

몇 해만 해도 집에 사람이 사는 집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빈집이 되어 마음까지 쓸쓸해진다. 눈 내린 끝 하늘은 뿌연 안개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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