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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71 줄포의 가을 - –살랑살랑 불어오는 황토 바람 사이로
  • 기사등록 2021-07-27 21: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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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포의 가을억새 143x5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1 (김옥순 소장)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 남부의 곰소만(예전 명칭은 줄포만)에 위치한 줄포는 부안군 동남부에 있는 면으로 대부분 지역이 500m 이하의 낮고 평탄한 저산성 산지를 이루고 있다.

우리 집이 있는 백산면은 대부분이 논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래도 줄포는 낮은 야산의 밭과 논이 어우러진 황토 옥토이다.


줄포항이 지금은 해수면이 낮아져 폐쇄되었으나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159척의 배가 정박할 수 있었던 서해 3포구 중에 하나로 줄포항을 통해 호남지방의 쌀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하니 항구의 규모가 짐작이 간다. 


지금은 줄포 갯벌습지가 잘 조성되어 있어 생태공원에는 갈대숲과 억새숲 십리길이 조성돼 있으며, 봄에는 유채꽃과 황토 밭고랑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황금으로 변하는 가을철에는 아래 작품에서처럼 갈대와 억새가 장관을 이루며 야생화들이 반기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까이 줄포면은 아줄포 들녘 100x4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1니고 보안면에 속해 있지만, 전남 강진과 함께 고려청자의 2대 생산지로 12세기 중엽에서 말까지 80여 개의 가마터가 대규모로 있었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 있고 그 자리에 부안 청자박물관이 아담하게 세워져 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줄포 가을 들녘에는 산들산들 물결치는 억새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억새이지만, 바람에 무리져 누우면 곱게 빗은 머릿결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며 줄포 야산을 수놓은 억새는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을 억새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절정이며 길게는 11월까지 이어진다 한다. 


태양과 억새의 각도가 45도 이하를 이루며 역광을 받을 때 그 은빛 장관을 이룬다.

흔히 갈대와 억새를 혼동하기 쉬운데, 강이나 바다 등 물가 근처에서 자라는 것이 갈대이고 산이나 들에 언덕에서 자라는 것이 억새이다. 해 지는 들녘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억새의 잔물결, 내가 가고 해가 가고 들꽃 피는 작은 황톳길에서 땅거미 질 무렵의 아름다운 가을 목가적 서정이 내 마음을 적신다.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렁인다면, 아마도 가을은 머나먼 하늘 끝 들녘에서 차가운 물결과 함께 밀려오는 느낌일 것이다. 도시 곳곳에는 짙은 회색빛 시멘트길, 아스팔트길 등 딱딱한 길만 걷다가 풀여치, 방아개비 뛰노는 푹신한 흙두렁길을 걷는 것도 힐링이 될 거라 생각한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르른 줄포하늘 아래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새하얀 억새, 서걱서걱 우는 억새 소리와 화선지의 붓질 소리와 어우러져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힐링하며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은빛 물결이 반짝임이 보드랍게 다가오는 줄포 가을 들녘에서 화판을 펴고 하얀 화선지에 그리는 느낌은 고운 첫사랑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느낌이다.


작품 속의 소재지는 고창의 시내버스와 부안에 시내버스가 교차하는 군 경계지역이다. 억새밭이 왼쪽에 붙어있어 옮겨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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