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의 작품은 1960년대 초부터 일관되게 ‘산’을 모티브로 하였다. 이때 산은 단순히 풍경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자연의 신비와 숭고함을 담은 아름다움의 원형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여러 가지 형태와 색채, 질감 등 회화적 요소들을 실험하기 위한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과업을 부과하듯, 완전히 절대적인 추상의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갔는데, 이 모든 과정은 약 2년에 한 번씩 열었던 개인전을 통해 발표되었다.
각각 1972년과 1974년에 제작된 ‹작품›은 유영국의 회화적 경로에 있어 일종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의 작품들이다. 그는 스스로 “60세가 될 때까지는 공부를 하고, 이후부터는 자유롭게 그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실제로 이 무렵 그의 작품은 완전한 절대 추상에서 점차 자유로운 색감과 형태감으로 변모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방형의 화면 위에 한 작품은 차가운 계열의 색채를, 다른 한 작품은 따뜻한 계열의 색채를 과감하게 대별한 가운데, 각각의 작품은 같은 계열의 색채 내에서 미묘한 변주를 더하고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화가 유영국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