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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기획 연재 - 06 이중섭(1916-1956), 흰 소
  • 기사등록 2021-08-24 12: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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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1916-1956), 흰 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30.5x41.5cm.


‹흰 소› 또한 이중섭이 즐겨 그린 소재이다. 붉은 배경의 황소 머리를 클로즈업한 작품과는 달리, 흰 소는 주로 전신을 드러내고 화면의 한쪽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흰 색’은 백의민족인 조선인을 암시하는 색이고, ‘소’라는 동물 또한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고 끈기 있게 노동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어 조선인의 상징으로 읽힌다. 


일제강점기에는 암암리에 금기시되었던 소재였던 만큼, 해방과 전쟁을 거친 후 이중섭은 이 소재를 더욱 당차게 적극적으로 재소환 하였다. 여러 점의 ‹흰 소› 중에서 이 작품은 다소 지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등을 심하게 구부려 고개를 푹 숙이고, 성기를 드러낸 채 매우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이중섭은 ‘소’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의 솔직한 심리 상태를 마치 일기 쓰듯 그때그때 다른 모습으로 그려놓았다. 이중섭은 스스로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畫工)”이라고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쓴 적이 있다. 조선의 색채와 특색을 담아, 하루하루 정직하게 살며, 그것을 솔직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이중섭이 그리고자 했던 작품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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