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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기획 연재 - 12 이상범(1897-1972) 산고수장(山高水長)
  • 기사등록 2021-09-12 21: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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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1897-1972) 산고수장(山高水長)147*48*(2),147*53*(6)1966 종이에 수묵채새:8폭 병풍 :208*426cm 

이상범은 서화미술회 출신이며, 노수현과 함께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의 심전(心田)에서 한자씩 가져와 '심산(心汕)'과 '청전(靑田)'이라는 호를 각각 하사받을 정도로 사랑받았다. 1920년 4월 28일 자 [매일신보]에서 이상범과 노수현은 안중식 산수화의 적통을 이은 수제자로 언급되며 화명이 더욱 높아졌다. 또한 두 화가는 1923년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보성고등보통학교에서 <백폭산수> 전을 개최하였으며 작품이 거의 완판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1월  4일자[매일신보]에는 2인전의 성공을 전하는 기사와 함께 이상범의 <무릉도원>이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스타 작가로<조선미술전람회>의 관전풍 산수화를 주도하였으며, 1933년 설립한 청전화수에서 후학을 양성하였다. 해방 후에는 설악산이나 금강산을 대관산수로 그렸을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전원 풍경이나 그곳에서 자연과 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촌부를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1950년부터 홍익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함과 동시에 1950년대 후반 실경 스케치를 근간으로 한 '청전양식'을 완성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가로의 긴 화면을 따라 근경에 계류나오솔길을 횡으로 배치하고, 그 뒤로는 나지막한 야산을 등장시키는 것이 공통적이다. 그리고 잡목이나 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소를 몰거나 지게를 맨촌부, 또는 머리에 짐을 얹은 여인이 집을 향하는 장면을 등장 시켜 친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산고수장>은 '청전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이며, 제8폭의 왼쪽하단에 "산고수장", "병오신정칠십옹청전사"라는 관지가 적혀 있다. '산고수장'은 송나라 문인 범중엄이 한나라 광무제가 하사하는 벼슬을 거절한 채 평생을 은거헀던엄광의 고결한 인품을 기리며 지은 [동려군엄선생사당기]의 "구름 낀 산이 푸르고 강물은 깊고 넓도다. 선생의 유풍은 산처럼 높고 저 물처럼 장구하리라"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후 '산고수장'은 한·중·일 삼국에서 그림의 회제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서화미술회 교수였던 조석진을 비롯해 허건, 배렴, 조평휘 등의 작품이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상범의 <산고수장>은 4점이며, 1955년 8월 19일 자 [동아일보] 1면에 만호 발간을 축하하며 실린 작품이 가장 이른 예이다. 동아일보에 소개된 <산고수장>은 언론사로서의 높은 위상을 칭송한 것으로 전형적인 '청전 양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1966년 8폭 병풍에 그려진 <산고수장>은 가로의 긴 화면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계류를 근경에 배치하고, 그 뒤로는 소를 모는 촌부가 잡목과 수풀로 뒤덮인 나지막한 야산의 중턱에 위치한 초가집들을 향하고 있다. 이처럼 친숙한 향토경을 그려낸 작품에 군자의 고결한 인품이 산처럼 높고 물처럼 끝없이 이어진다는 의미를 지닌 '산고수장'을 화제로 적은 것은, 아마도 이 작품의 제작을 의뢰한 사람의 인품이나 높은 안목을 칭찬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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