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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기획 연재 - 17 이도영(1884-1934) 기명절지
  • 기사등록 2021-09-23 15: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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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영(1884-1934) 기명절지 192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82*30.5cm

조선시대 말에는 오늘날의 정물화에 해당하는 '기명절지화'가 인기를 끌었다. 기명절지화는 중국의 오래된 청동기와 도자기, 꽃과 과일 등을 그리는 그림을 지칭하는데, 그림 속의 기물들은 부귀, 장수와 같은 길상적인 의미를 상징하고 부유하고 학식 있는 문인의 고상한 분위기를 드러내어 다양한 계층에서 폭 넓게 감상되었다.


기명절지화는 20세기 초에 이르러 서양 정물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데 기명절지화에서 정물화로의 변화를 선도한 화가가 바로 관재 이도영이다.


<기명절지>에는 다리가 긴 세탁과 책을 중심으로 꽃, 그릇, 과일 등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의 구성과 형식은 조선말 기명절지도의 특징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의식하여 기물들에 음영을 표현하고 중국의 청동기나 도자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고대 토기를 그려 넣었는데, 그 결과 기존의 관념적이고 장식적인 기명절지도와 달리 사실성과 민족성이 강조된 새로운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이도영은 1922년 총독부에 의해 <조선미술전람회>가 창설되었을 때 심사위원 자격으로 <정물>을 출품하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신라토기, 고려청자 등 우리나라 역사를 나타내는 기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기명절지>는 <정물>에서 시도된 새로운 변화가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보다 간결한 구성과 안정감을 보여주는 점에서 1920년대 중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작품은 중국적이고 복고적인 전통 회화에서 탈피하여 한국적이고 근대적인 표현을 모색한 회화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그림이다. -글.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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