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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기획 연재 - 25 박항섭(1923-1979)가을
  • 기사등록 2021-10-19 1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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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항섭(1923-1979)가을 1966 캔버스에 유채 145.5*112.5cm


박항섭은 황해도 장연 출생으로 도쿄의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다. 그는 일본에서 돌아와 모교에서 교편생활을 하였고, 1.4 후퇴 때 부인과 함께 월남했다. 그는 서울에서 <미술가협회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창작미술협회전>, <구상전>등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특히 1950년대 후반 국전에서 수차례 특선을 하여 초기 박항섭의 작품은 구상적인 형태 묘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인체를 길게 변형하는 등의 기법을 써서 환상적인 화면을 구사하였다. 


내용적으로는 생명, 설화, 원시, 문학성을 담으면서 초현실주의적인 새로운 경향을 추구하였다. 그는 그림에 전념하기 위해 미술교사직을 그만두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그를 아껴 벽화를 맡기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었지만 늘 가난하였다. 1979년 전시를 앞두고 작업에 몰두하던 박항섭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56세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아쉬워 하였고, 한국화단 최초의 '화우장'으로 치러졌다.


<가을>은 세 명의 반나 여인들과 아이 한 명이 바구니와 항아리를 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실제의 신체비례보다 더 길게 표현하고 있으며, 마치 벽화를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은 1959년에 그린 <가을>과 비교하여 보면 매울 흥미롭다. 두 작품이 매우 유사한 구성을 보이지만, 선과 색감은 본 작품이 훨씬 정돈되어 있다. 


1959년에 그린 <가을>은 여성의 신체나 배경에서 풍성한 가을의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는 향토적인 색채이지만, 본 작품은 단순화된 배경과 간략한 인체 표현 등 매우 세련된 도시의 여인들과도 흡사하다. 이들은 '가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무언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이고 가고 있으며 가운데 여인은 항아리를 이고 있다. 박항섭이 왜 같은 제목의 유사한 작품을 제작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가의 변화되는 조형세계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박항섭의 1970년대 작품 2점을 소장하고 있어 이 작품으로 초기 구상화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글. 박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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