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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단한 일” 평가… 남은 과제는 ‘위성 안착’ - 한국 자체 제작, 누리호 발사 우주로켓 성공한 세계 7번째 국가
  • 기사등록 2021-10-22 11: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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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 자체 개발한 누리호가 21일 발사되고 있다.

10월 21일. 장장 10여년 동안 개발된 한국형발사체(KSLV-II)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우주발사체가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적다. 2000년대까지 새로 개발한 발사체를 쏘아 올린 11개국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에 불과하다. 또한 발사체 기술은 전략 기술이기에 개발 과정에서 선진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누리호의 개발부터 발사까지 전 과정에는 국내 30개의 주력 업체를 포함한 300여개 기업과 약 500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성패를 떠나 성과가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누리호를 통해 향후 발사체 개량이나 개발 시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나라 연구진은 자체 발사체 기술을 개발해냈고 이날 누리호는 발사에 성공하며 노력을 배신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3단 엔진 연소를 제외하고 누리호 발사 성패를 판가름할 만한 기술적인 요소는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특히 난제로 꼽히던 1·2단 로켓 분리와 페이로드 페어링(Payload Fairing)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날 오후 5시 카운트다운과 함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차게 날아오른 누리호는 빠른 속도로 하얀 연기를 그리며 사라져갔다. 누리호는 1단 분리, 2단 분리, 페이로드 페어링 성공, 고도 500·600㎞ 진입 성공 소식 등을 순차적으로 알렸다.

성공 소식은 분 단위로, 짧게는 초 단위로 지상에 전송됐다.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쉽게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진은 페이로드 페어링을 가장 어려운 기술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지난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가 실패한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리호의 페이로드 페어링이 성공하면서 우리나라가 이 기술 또한 잘 개발해냈다는 것이 증명됐다.

다만 누리호와 함께 위성 모사체가 목표인 고도 700㎞에 도달했으나 7.5㎞/s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분석 결과 누리호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의 연소 목표인 521초가 달성되지 않고 475초에 조기 종료된 것이 원인이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추진제나 산화제가 부족해 엔진이 조기에 종료된 것 같지는 않다”며 “데이터를 더 분석해 봐야 하지만 3단 탱크 내 압력이 부족했거나 연소 종료명령 오작동, 가압시스템이나 밸브 오작동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5월 2차 발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발사를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은 결과 보고를 받은 뒤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의 남은 과제는 ‘위성 궤도 안착’이다. 문 대통령은 “이 부분만 해결하면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우리도 늦지 않았다. 누리호의 성능이 조금만 더 정밀해진다면 독자적인 우주수송능력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열 수 있다”고 독려했다.

그는 한국형발사체의 성능을 꾸준히 높이고, 다양한 위성 활용으로 이어가고, 우주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우주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만들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우주탐사 프로젝트에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의 꿈을 이룰 것”이라며 “내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NASA가 50년 만에 추진하고 있는 유인 달 탐사 사업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2023년에는 NASA와 함께 제작한 태양관측망원경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할 것이다. 2029년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계획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우주탐사 사업을 통해 우주산업과 기술발전의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시민들도 손에 땀을 쥐며 누리호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누리호 발사를 뉴스로 지켜보던 김승리(가명, 80, 남)씨는 손뼉을 치며 본지 취재팀에게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나라를 다르게 볼 것”이라고 기쁘게 말했다.

또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온 것에 대해 국민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계기로 북한보다 몇 배나 더 과학기술이 앞서있다는 것을 보여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 자력으로도 최첨단 무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또 일본에 과학기술이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비등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는 김영춘(가명, 60, 남)씨는 “누리호는 과학기술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걸 성공시킬 줄 알면 다른 모든 것도 할 수 있다”며 놀라워했다.

묵묵히 발사 과정을 주시하던 박정희(67, 남)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우선 실패하더라도 만들었다는 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니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윤권진(가명, 73, 남)씨도 감격한 나머지 말을 잘 잇지 못하며 “한국에서 발사해서 성공하면 전 세계 7번째인데 너무 자랑스럽다. 정말 좋다”고 말했다.

박준형(43, 남)씨는 “성공할지, 못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독자기술로 인공위성을 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계기로 더 발전해 다음에는 고체엔진으로 더 안정적이고 큰 위성으로 쏘아 올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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