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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평화프로세스 발판 구축, 아세안 정상회의부터 G20까지… 숨가쁜 외교전
  • 기사등록 2021-10-28 1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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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27 (출처: 연합뉴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아시아를 시작으로 다자 외교전에 들어갔다. 28일부터는 유럽 무대로 옮겨 내달 5일까지 숨가쁜 외교전을 펼친다.

문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극복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종전선언에 대한 각국의 지지 요청과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화상 정상회의(26~27일)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 다자 외교 행보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27일) 오후 개최된 제24차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보건, 금융·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의 아세안+3 협력 강화 방안 관련 의견을 폭넓게 교환했다.

특히 “코로나를 극복하고 포용적 회복을 이루기 위해 보건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면서 “한국은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으로서 공평하고 신속한 백신의 보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세안이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해 준 데 사의를 표하고, 종전선언을 비롯한 평화의 한반도를 향한 과정에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도 당부했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와의 회담 등 의미를 두고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도 잘 지내야 한다”면서 “우리 상선이 통과하는 해상 항로인데다 국제 분업체제에서 생산기지이기도 하고 또 이들 국가는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화상 형태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처음 대면한 자리라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 시작과 함께 기시다 총리의 이름을 따로 언급하며 “환영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제16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화상으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중국·일본·러시아 및 아세안 국가 정상들을 향해 “종전선언은 대화의 문을 열고 한반도와 아시아, 세계 평화로 가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극복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결속을 강조한데 이어 역내 및 국제 정세에 대해 각국 정상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국의 기여 의지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얀마 사태의 해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위한 진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번 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아세안 9개국 정상, 아세안 대화 상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인도, 뉴질랜드 정상, 세계보건기구(WHO)·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그제인 26일 오후 제22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다자 외교전을 재개했다.

회의에서는 지난 4년간 신남방정책에 기반한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신남방정책 협력을 지속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아세안 정상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과 치료제 생산 능력 확충과 공평한 배분, 공중보건 체계 강화를 위한 한·아세안 보건 백신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나아가 남북‧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도록 아세안 차원의 지속적인 지지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해 내달 5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이탈리아와 영국, 헝가리를 방문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이튿날인 29일 바티칸시국 교황궁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다. 또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별도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교황청 방문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3년만인데, 이 과정에서 교황의 방북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31일에는 ‘사람, 환경, 번영’이라는 주제로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국제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여부도 관심사인데, 만남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도 한층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어 내달 1~2일에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또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10월 2~4일)으로 헝가리를 국빈 방문해 슬로바키아와 체코, 폴란드가 참여하는 ‘비세그라드’ 그룹(V4) 정상과도 만남을 이어나간다. 헝가리 방문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만이다.

3일에는 아데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도 별도 회담을 갖고, 4일에는 한·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이 다자 외교 무대 전면에 나서는 등 국제적 위상에 맞는 우리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특히 종전선언을 고리로 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북미 간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한 여전한 이견 속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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