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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추모공간 방문 시민들 “현장 오니 화가 나” “엉터리 정부” - “온 국민 트라우마 만든 정부” - “정부·경찰 무책임에 분노” - “혼자만 살아남아 미안해”
  • 기사등록 2022-11-04 13: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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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부와 경찰 측의 무책임한 대처가 수면 위로 떠올라 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경찰에 대한 추궁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애도기간 내 참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안들이 하나둘씩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사망자’라 지칭하라고 정부가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책임을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의도가 비춰진다는 등 의원들과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뒤늦게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 조치가 늦어진 점을 사과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 언행을 사과했다. 그러나 경찰에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던 참사 당일 시민들의 112 신고내역 녹취기록이 공개되면서 정부와 행정안전부를 향한 비난과 진상규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 추모현장 앞에서 만난 A(50대, 여, 경기도 이천)씨는 자신을 초등학교 조카둘을 둔 고모라고 소개했다. 그는 근처 가게에서 국화꽃다발을 사 들고 대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여기가 외국도 아니고 현실이 맞나 싶다”라며 “불법증축도, 경찰들이 출동하지 못한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대통령실 앞과 마약 감시에만 경찰들을 모두 묶어둘 수가 있냐”며 당혹을 금치 못했다.


이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은 밝혀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며 국화꽃이 가득한 추모현장으로 유유히 길을 건너갔다.


B(67, 남, 서울 송파구 잠실)씨는 해밀턴 호텔 불법증축 논란과 관련 “우리나라는 엉터리다, 뭐든지 허가를 내주고, 인정해주고… 없는 사람들이 옥상에 움막 하나 지으면 구청에서 귀신같이 잡아내 아우성을 치는데 여기는 다 묵인해주니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라며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높은 사람들일수록 사과를 안 한다. 이게 어떻게 잘 사는 나라라고 부를 수 있냐”며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계속해서 “기가 눌리다 못해, 기가 막혀… 현장을 직접 와보니 슬프고 화가 나서 근처에 못 가겠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가 다 마쳐질 때쯤에서야 참사를 해결하려고 하냐”며 분통했고, 시민들의 압사신고 기사를 접하고 나서는 “4시간 전부터 신고를 했다는데 전부 안일하게 테이블에 앉아 뭐한거냐… 정부는 온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준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태원에 30년째 거주 중인 이인숙(62, 여, 서울 용산구 이태원)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와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는 참사현장 반대편에서 해밀턴 골목을 유심히 살피며 “저 길 뒤로 남산방향으로 가는 골목이 많아 조금만 분산을 했어도 살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되뇄다. 이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계속해서 언급했다.


이인숙씨는 “작년에 비해 경찰들의 통제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변 지인을 통해 ‘사람들이 서서 죽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을 들어 충격을 받았다며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대학생 딸 아이를 뒀다는 한 중년 여성은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우리 딸이 그날 이태원에 놀러 갔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저 좁은 골목에서 100명 이상이 죽는 게 말이 되냐”며 “떠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 멀리서 추모하러 왔다”며 “어린 자식을 떠나보낸 유가족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이날 인종·종교·나이를 떠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위로해주며 헌화했다. 추모공간은 편지와 꽃으로 갈수록 둘러싸여 갔다. 조문은 국가 애도 기간 내 밤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는 이날 기준 156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들의 발인은 마무리됐다. 부상자는 15명이 늘어 17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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