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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20 겨울 산문 내소사 - –겨울 속으로 떠나는 겨울 산사(山寺)
  • 기사등록 2021-06-02 11: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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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산문을 두드린다.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능가산 관음봉 밑에 자리한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 (663)에 혜구 두타 스님이 세운 절로 소래사라고 불리다가 이후 내소사가 되었다. 내소사는 빼어난 절경으로 인해 영화 ‘파송송 계란탁’, 드라마 ‘대장금’ 등의 촬영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내소사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에 700년 정도 됨직한 신령스런 당상나무와 일주문이 반긴다. 300여 미터의 전나무 숲길이 사찰을 감추어 주며 수줍게 반긴다. 옛날에는 사시사철 전어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기도 했던 아름다운 사찰이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그렇게도 크게 보였던 내소사의 전나무 수령은 대략 110년 정도란다. 전나무는 바늘잎의 큰 키나무로서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깊은 산 속에서 자란다.


열매는 10월 상순에 열리며 크리스마스 장식 나무로도 애용 된다.

전나무에서 품어 나오는 피톤치드는 고유의 향을 내면서 복잡한 현대인의 머리를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치유의 효과가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좋은 길이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길이다. 절 자체라도 매력적이지만, 일주문부터 천왕문 앞 다리까지 쭉 뻗어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은 눈 내린 겨울날 더더욱 아름답다. 바닥에 쌓인 흰 눈과 수직으로 뻗은 목질, 그리고 상층부를 장식하는 푸른 잎새, 그리고 그 길을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며 거니는 스님의 모습까지 무엇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이 산길이 괜히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게아니다. 봄에는 천왕문 바로 앞에 벚나무로 이루어진 터널과 가을엔 단풍나무로 울긋불긋 환상적으로 이뤄진 터널이 100여 미터 뻗어 이어져있다. 눈 내린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은 아름답다.


내소사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도 풍경이 된다. 동행이 되는 길의 지혜를 보는 듯하다. 길이 다르고 뜻이 다르게 걷는 길.


세상에 수군거리는 모든 것 또한 이곳에 와서 소리를 낮춘다. 작은 꺾임들로 인해 그윽해지고 틀어 앉아 더 깊어진 전나무 길은 안과 밖을 나누지 않고도 길이 된다.

산문 앞에 눈 발자국 질척거리고 전나무들 푸른 잎이 한결같은 고요 속에 추울수록 더 짙은 푸르름이 솟구친다. 환한 고요 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서해 바람 온몸으로 맞는다. 몸으로 스며드는 시간 속에 스님의 손끝에 눈이 녹는다.


오랜만에 부안 고향시리즈를 작년 9월까지 올리고 바쁘다는 핑게로 글을 못 올리다가 6개월만에 올린다. 세월 참 빠르다. 4월에 있을 어릴 적 초등수학여행을 변산 내소사, 월명암, 직소폭포, 채석강을 일주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그려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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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2 11: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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