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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23 개암사 이팝나무꽃 - –행복이 가득한 절집
  • 기사등록 2021-06-04 16: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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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이제 불사 그만하세요.” 어느 페이스북 친구 글에 “가끔씩 개암사에 들려 손때 묻지 않은 고즈넉한 사찰에서 힐링하고 온다는데 어느 날 가면 사찰 올라가는 길이 바뀌고 없던 불이교가 생기고 어느 날 가보면 사천왕문이 생기고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어느 날 다시 찾았을 때 대웅전과 우금바위를 막아버린 장애물 건물이 들어서 대웅전에 올라가기가 싫다”라는 글을 읽고 나 또한 공감 백배했다.


5월 5일부터 열리는 제6회 부안 오복마실축제에 내가 서울에서 맡고 있는 산채수묵회에서 주최하는 부안사계 8경전 디스플레이 때문에 고향에 내려왔다가 전시 장소가 준비가 덜 돼 다음날 새벽에 디스플레이를 하기로 하고 남는 시간을 이팝꽃이 필 시기라 개암사에 스케치를 갔다가 너무나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전에 없던 건물이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위에 경복궁에서나 볼 수 있는 대궐 같은 다실이 들어서 있었다. 자연 경치를 생각하고 가람 배치를 해야 하는데 커도 너무 크고 높아도 너

무 높았다. 기왓장 한 장도 불사하지 않은 나는 할 말은 없지만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일행들이 있어 3시간 정도 스케치를 하고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 하루였다.


정감록에 나오는 한국의 십승지는 우리 고향 전북 부안군 과 충남 공주시, 강원도 영월군,경북 영주시, 상주시, 예천군, 봉화군, 경남 합천군이라 전한다. 1993년도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풍경을 그리면서 우연히 십승지에 대해 공부하다가 첫 개인전 타이틀을 ‘십승지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했던 장소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십승지’란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 피하기 좋은 장소를 일컫는 말로 조선 중기 이후 민간에 성행했던 국가운명과 생민존망에 관한 예언서인 ‘정감록’에 기록된 곳이 나의 고향 부안인데 그 중에 장소가 그림에 나오는 개암사 뒤 우금바위 밑이라 전한다. 부처님 얼굴을 하고 있는 두 개의 우금바위가 불법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듯 바라보는 위치가 바로 이곳이다.


부안에는 유명한 사찰로 내소사와 개암사가 있다. 똑같은 능가산에 위치하고 선운사의 말사인데 내소사는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붐비는 사찰인데 비해 개암사는 한적하고 조용한 정말 산사다운 고즈넉함이 매력적인 사찰인데 갈수록 실망감이 앞선다. 봄이면 사찰 입구부터 심어놓은 2km에 달하는 개암저수지를 낀 벗꽃길이 장관이다. 벗꽃비를 맞으며 걸어보는 느낌은 걷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초입의 일주문이 다소 커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고사된 고목나무와 매화나무가 소담스러움을 자아낸다. 개암사는 백제 무왕 35년, 서기 638년에 모련왕사에 의해 절로 개조되는 과정에서 동쪽 묘안동에는 묘암사를, 서쪽 개암동에는 개암사를 지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번의 재건과 중건을 거쳐 최근에는 중창불사로 고풍스러움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아쉽다.


어릴 적 차멀미 심했던 나를 데리고 백산 신평리에서 개암사까지 걸어서 할머니와 처음 만날 절간이기에 애정이 남다르다. 그때 그 시절들의 풍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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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4 16: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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