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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극적 타결...서로 네탓 '무능 정치' 결정판 - 與 한 발짝·野 두 발짝 '양보'로 국회 살렸다...입법과정은 산 넘어 산
  • 기사등록 2014-10-01 09: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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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30일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뤄냈지만 협상을 진행해온 지난 5개월은 정치권의 무능한 민낯을 드러낸 시간이었다. 지루한 입씨름을 펼치며 무의미한 정쟁만 벌이다 151일 만에 법안과 안건 90개를 일괄 처리했다. '개점휴업' 국회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고, 성난 국민들은 국회 해산론까지 거론했다. 정치 혐오가 극에 달했음에도 여당은 원칙론만 고수했고, 야당은 계파 간 세력다툼에 원내대표 탈당 소동까지 벌여야 했다.

심신이 지친 유가족은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일으켜 일부가 형사 입건됐다. 일반인 피해자 유가족과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으로 편이 갈려 서로 고소전도 불사했다. '8·19 2차 합의안'에 여야 합의로 4인 특검 후보군을 추천하는 등 일부 단서조항을 넣는 수준의 협상 타결을 위해 허송세월을 보냈느냐는 질타까지 나온다. 304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국가적 재난을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이용한 한국정치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국가적 재난, 선거에 이용=세월호 사고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6일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들에게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호소문을 배포했다. 여야 모두 즉각 화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은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하며 특별법 제정과 특검 수용 입장을 전달했다. 정치권은 이후 세월호 후속 대책을 모두 6·4지방선거, 7·30 재·보궐 선거에 이용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심판해 달라고 요구했고, 여당은 참회하며 한 번만 도와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태도가 돌변했다. 6월 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국조특위는 기관보고 대상과 일정, 청문회 증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쟁만 일삼다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하이라이트'인 청문회조차 열어보지 못하고 허송세월했다.

◇여야, 책임 떠넘기기=여야 지도부는 지난 8월 가까스로 두 차례 합의에 도달했지만 유가족 반대로 무산됐다. 정치권 어느 누구도 유가족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무기력한 국조특위를 지켜보다 정치권의 진상규명 의지를 불신하게 됐다"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합의 무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빴다.

직접적 원인은 야당에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리더십 부재, 당내 계파 갈등 등 문제를 드러내며 7·30재보선 참패 이후 새로 출범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 체제가 삐걱댔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이자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상임고문 등이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유족들 동의"라고 딴 목소리를 냈고, 박 원내대표를 지지해온 당내 진보 그룹에서도 재협상을 촉구했다. '판단미스' '실기' '굴종적 협상' 등의 비난이 모두 야당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협상의 전면에 등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새누리당 역시 먼저 유가족을 품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가족 주장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원칙론만 견지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뒤늦게 지난 8월 25일 유가족과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세 차례 대화를 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추석 전 세월호법 처리를 기대했던 국민의 염원은 바람으로 그쳤다. 그러는 동안 사상 첫 분리 국감은 무산됐고, 정기국회는 한 달을 공전했다.

◇갈등만 키우는 무능정치=여권은 추석 명절 성난 민심을 목격한 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분리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쟁은 엉뚱하게 '진짜·가짜' 민생법안 논란까지 번지게 됐다.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정치권은 해결책으로 대통령의 '결단'에 기대는 무능의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금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면서 대통령에게 결단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일부 강경파는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 제출까지 시도했다.

하태곤 기자(tkha715@dailywoman.co.kr)


여야가 30일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뤄냈지만 협상을 진행해온 지난 5개월은 정치권의 무능한 민낯을 드러낸 시간이었다. 지루한 입씨름을 펼치며 무의미한 정쟁만 벌이다 151일 만에 법안과 안건 90개를 일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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