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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가혹한 노동환경ㆍ비인간적 조직문화에 ‘비판의 화살’ - 국내 양대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내부의 직장 갑질이나, 경직된 조직문화, 과도한 노동착취
  • 기사등록 2021-06-07 11: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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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마존 홈페이지)

 최근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아마존의 ‘겉다르고 속다른’ 복리 후생 정책과 악명높은 노무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은 배송 등 현장 직원들을 일종의 ‘산업 전사’로 전환시킨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그런 전략 자체가 최근 집중적인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전사’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며,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환경을 유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가뜩이나 힘든 작업 과정에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전사답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엄격한 제재와 처벌이 가해져 비판을 받고 있다.

한술 더 떠 아마존은 최근 이른바 ‘워킹웰’(Working Well)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을 권장하는 사내 팜플렛을 제작,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이는 큰 제목으로 “여기 아마존에서, 당신은 산업 전사(선수)가 될 것입니다”라고 씌어있다.

그 아래엔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는 운동선수처럼, 산업 전사들 역시 직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들의 몸(건강)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여러분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또 ‘아마조니아들의 건강과 웰니스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된 팜플렛도 배포되었다. 그 내용은 “생선과 견과류를 더 많이 즐겨라”거나, “일하는 동안 발이 부을 때 신발을 사라”는 등인데, 이는 사실상 현장 근무나 교대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팁의 일종이다.

또한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목으로 “직원들은 늘 스트레칭, 마사지를 게을리하지 말고, 쉬는 날 자신을 잘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측은 “‘워킹웰’ 프로그램은 직원들에게 ‘신체·정신활동, 웰니스 운동, 건강한 식생활 지원’을 통해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팜플렛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마치 잘못된 사태의 원인을 망각하고 맹목적으로 낙관적이기만 한, 고등학교 보건 수업을 보는 것 같다”는 비판이 언론으로부터 쏟아졌다.

특히 배송과 하역 등 창고 노동자들을 ‘산업 전사’나 ‘산업 운동선수’로 특징짓는 태도에 대해 비난이 집중되었다.

<마셔블>이나 <테크레이다>, <디지털트렌드> 등 언론들은 그 비판의 결은 다르지만, 대체로 “노동자들의 힘든 근무환경이나 극한적인 교대근무를 통해 파괴적 정신적, 육체적 상황은 외면하면서, 오히려 이를 ‘활기찬 도전’으로 포장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힐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마존은 겉으론 ‘웰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척 하지만, 정작 웰빙에 걸맞은 쉼이나 여유를 가질 시간은 허락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하루 10시간 30분 동안 창고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 조건에 대해선 언급하지도 않고, “일을 더 많이 열심히 하기 위해 채식과 운동으로 체력과 건강을 다져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그런 가식적이고 가부장적인 팜플렛보다는 과중한 생산성 목표를 낮추고, 무리한 실적을 위한 과중한 업무 속도를 낮추는게 순서”라며 아마존이 공개한 프로그램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통곡물, 과일, 채소를 섭취하라는 얘기는 언뜻 듣기 좋지만, 실제로는 비용이나 음식 준비를 위한 시간 부족 등의 문제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라거나, “아마존 창고 직원 수천 명이 늘 1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교대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건강한 식사 계획을 위한 시간이나 에너지를 가질 수 있겠는가” 등의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면서 아마존은 일단 “팜플렛이 잘못 만들어져 즉시 삭제되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일로 인한 더욱 높아진 아마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의 악명높은 근무 환경, 그리고 늘 상존하는 부상의 위험성이 새삼 부각되며, 그런 와중에 “더 많은 채소를 먹으라는 회사의 권유가 대체 격무에 시달리는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작업장들은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마셔블>이 인용한 ‘스트레티직 오가니제이션 센터’(Strategic Organization Center)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아마존 창고 직원 100명당 5.9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 이는 동종 업계보다 거의 80%나 높은 수치다.

더욱이 아마존의 현재 최저 임금은 美연방 최저 임금(7.25달러)을 약간 상회하지만, 이 회사가 팜플렛을 통해 권장하듯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웰빙생활을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MIT의 생활임금 통계산에 따르면, 미국의 독신 성인의 현재 생활임금은 시간당 13.52달러이지만, 아마존은 8.70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건강하고 품위있는 생활은 애당초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아마존은 이처럼 최근 몇 년 간 사실상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부상했지만, 그 내부의 조직과 인력 부문에선 이처럼 허점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런 내부적인 문제가 자칫 아마존의 지속 가능한 기업 역량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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