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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반복된 화재..동대문 상인들 "소방 점검? 한번도 없었다" - 일부 상인 "무리한 소방점검, 생계에 지장줄까 우려"
  • 기사등록 2014-10-21 11: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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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동대문 종합상가 인근 의류상가 밀집지역. 널브러진 옷가지와 건물 자재 등이 전날 처참했던 화재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치고 화재 현장을 통제하고, 소방당국은 화재 잔재물을 치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연신 "아이고 어떻게 하나"고 탄식하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화재 현장을 바라봤다. 상인들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사고 지점 옆 상가 상인들은 간밤의 화재 소식에 극도의 불안함을 드러냈다. 책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61·여)는 "3년전에도 이 일대에 화재가 났었다"며 "이같은 화재가 반복되니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전했다.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송모씨(55)는 이어 "근처에 화재가 나면 사실상 매출이 절반으로 감소한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불이 번져 보험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상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당국의 소방 점검이 한 차례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네킹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4)는 "2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화재 점검 관리를 나온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3년전 화재가 있었으나 이후에도 점검이나 관리는 없었다"며 "당국 보다 오히려 단골 손님들이 찾아와 피해가 없었는지 걱정을 해주더라"고 전했다.

30여년간 이 곳을 지킨 이씨 역시 화재 점검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 일대 상가들은 인접해있어 옆집에서 불이 나면 내 가게까지 영향을 받는다"며 "당국이 관리를 하지 않으니, 화재가 나면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무리한 소방 점검이 자칫 가게 운영에 방해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타월가게를 하는 이모씨(41)는 "재래시장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면서도 "이 일로 소방 점검이 강화되면, 상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해당 기준을 맞추느라 내 자식 못 키우면 누가 책임지나"며 아쉬워했다.

한편 2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7분쯤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건너편 원단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1시간30분만인 21일 오전 0시32분쯤 꺼졌다. 불이 난 지역은 신발, 의류, 마네킹 등을 파는 목조 건물 밀집지역으로 불길이 옆으로 번지면서 28개 점포 중 17곳이 탔다. 재산피해는 5억7500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하태곤 기자(tkha715@dailywoman.co.kr)

21일 오후 10시경,서울 종로구 종로5가 동대문종합시장 앞 원단상가에서 불이 나 1시간 30분가량 점포를 태웠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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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21 11: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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