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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38 변산해수욕장의 노을 - –초경(初經)의 혈흔처럼 다가오는 노을빛
  • 기사등록 2021-06-23 15: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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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해수욕장의 노을 137*398cm  한지에 수묵담채 2019

낙조가 아름답기로 전국에서 소문난 변산해수욕장은 서해안에서 한때 대천의 만리포 해수욕장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해수욕장이었다.1932년 변산반도 일주도로 개통과 함께 여름 휴양지로 각광을 받아온 변산해수욕장은 1933년 해수욕장으로써 면모를 갖추고 개장되었다. 개장되기 전 변산은 한적한 포구(浦口)였다. 해수욕장 개발 시에는 주변에 민가가 없었다. 주로 야산과 논들만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우물이 하나 있었다고 전한다. 부안읍에서 들어오다 보면 해수욕장 입구 팔각정을 기점으로 하여 현재의 주차장을 포함하여 관수정 부근까지를 매립(埋立)하여 만들었다.


1933년 부안-김제-전주의 여객 자동차 운수업자들이 중심이 되어 변산 해수욕장 조합을 조직하여 처음 개장했다.

개장 전 조합에서는 해수욕장 적지(適地)를 놓고 고사포와 변산 해변을 고심했으나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변산으로 확정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한때 변산해수욕장은 전국 최고의 인기투표에서 1등을 한 해수욕장이였다. 300만 평의 너른 백사장과 2km의 고운 모래 백사장은 가늘고 고우며 수심이 앝아 어린이부터 어른들까

지 사랑을 한몸에 받은 해수욕장이였다. 물 또한 맑고 해수욕하기에 적절한 수온(水溫)이었다. 모래사장을 일부 정리하여 해변에 소나무를 심고 뒷산에 캠프촌을 만들며 해수욕장로서

의 면모를 갖추었다. 또한 변산 해수욕장은 수심차가 심하지 않아 급경사와 파도의 위험이 적고 주변의 위도와 누에섬을 비롯 작은섬이 많아 주위 풍경이 아름답다. 황금모래라고 불

릴 정도로 백사장의 모래입자도 고왔다. 7,80년대에는 부안에서 변산해수욕장으로 들어오는 차들로 2,3km미터까지 꽉 정체되곤 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 주차장 알바도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변산해수욕장의 노을 137*398cm  한지에 수묵담채 2019

전북도민일보에서 매년 주최하는 변산아가씨 선발대회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두 번째 권 ‘미완의 여로 :부안 변산 편’ 도입부에 이런 구절이 나와 있다.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를 쓰면서 나는 그 일번지를 놓고 강진과 부안을 여러 번 저울질하였다. 조용하고 조촐한 가운데 우리에게 무한한 마음의 평온을 안겨다 주는 저 소중한 아름다움을 끝끝내 지켜준 그 고마움의 뜻을 담은 일 번지의 영광을 그럴 수만 있다면 강진과 부안 모두에게 부여하고 싶었다.”라고 썼다.

또한 이근영(李根榮 : 1910~미상, 옥구 출신 소설가, 동아일보 기자) 작가는 1938년 그는 변산반도를 여행하면서‘청량비경(淸凉秘境) 변산반도 탐승기’를 특집 연재해 서해안의 소금강으로 변산반도를 소개했었다.


국도 30호로 시원한 바닷길을 따라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해창마을을 돌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펼쳐진 변산해수욕장은 호남정맥 줄기에서 뚝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소머리 내밀 듯 내 달리다 우뚝 멈춰선 변산해수욕장,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바다의 정점 변산해수욕장은 지금도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영화 ‘’변산’’에서 나오는 대사 중에 ‘’내 고향은 폐항,너무 가난해서 보여줄 것은 노을밖에 없다 ‘’라고 인용했던 말이 생각나 변산해수욕장 송림사이 펼쳐진 노을을 그렸다.

작품을 하는 동안 시시각각 변해가는 변화무쌍한 노을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해가 질수록 먹먹한 내가슴에 뿌려진 눈물만큼 선명하게 느껴진다.

점점 누에섬 뒤 서녘 하늘 태양은 초경(初經)의 혈흔처럼 기세등등하게 멈춰 서지않고 다가온다.

석양과 저녁노을이 서서히 내 얼굴과 함께 붉게 물들어 왔다. 하늘과 바다와 내 얼굴빛이 온통 불그스름 물들어가는 이 순간의 감동과 희열을 어찌 그림으로 표현할 수가 있단 말

인가?

그저 하얀 화선지만 바라보며 감탄하고 침묵할 따름이였다. 은빛 모래와 우거진 소나무 방풍림을 물들이며 떨어지는 아름다운 석양 노을은 오늘도 나에게 기쁨을 선물하며 떠나

는 듯 하다.

서해의 황혼빛이 아름다운 변산의 노을, 황금빛으로 빛나는 해변에서 노을을 건져 올리는 그 순간의 희열을 붓 끝으로 느끼며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작품을 마치고 곰소작업실로 향하면서 생각해본다. 칠산 앞 바다 황금어장(黃金漁場)과 황금모래의 변산해수욕장 등 옛 변산의 관광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그만큼의 경제적 가

치가 높다. 다양한 문화관광 개발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관광 변산의 옛 영광과 번영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치일 것인가 생각해보며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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