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이후에도 먹거리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농촌경제원구원의 ‘농업관측 9월호 과채’ 보고서에 따르면 청양계풋고추의 도매가격(10㎏·상품 기준)은 4만 9800원으로 전년보다 106% 비쌀 것으로 예측됐다.
농경연은 청양계풋고추의 이달 출하량이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하면적이 1년 전보다 14% 감소한 데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강원 지역에서는 병해가 발생하고 호남지역 등에서 수정 불량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오이맛고추의 경우에도 10㎏에 3만 8700원으로 전년 대비 62% 상승한다고 전망됐다. 마찬가지로 출하면적 감소와 병충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애호박도 전년 대비 9월 출하량이 10% 감소해 전년보다 17% 상승한 20개에 3만원으로 책정됐다.
파프리카(빨강) 역시 출하량 감소로 인해 5㎏ 기준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46.5% 오른 4만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외에도 백다다기오이는 100개 5만 8000원으로 전년보다 19% 상승하고, 취청오이는 50개에 3만 5000원으로 전년보다 2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이 역시 생육기 잦은 비로 기형 발생률이 늘어나고 해충 피해가 증가하는 등 작황 부진으로 따른 출하량 감소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실제 과채 과격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분석 결과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가공식품 중 라면의 경우 이미 추석 이후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농심은 운가 부담 증가를 이유로 올 추석 이후인 오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팔도도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제조 원가 압박이 심화됐다”며 내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공급가 기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농심과 팔도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이에 따라 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9~10월 ‘물가 정점’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정점이 종전 전망보다 지연되거나 5~6%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국제유가 전망,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올해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된다”며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