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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촛불집회 5만 시민...“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 성난 민심..."돈보다 생명이다. 내 아이를 살려내라"
  • 기사등록 2014-05-19 1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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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인산인해였다. 약 500여개의 각종 시민단체가 모인 ‘세월호 참사대응 각계 원탁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5.17 국민촛불’이라는 이름의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돈보다 생명이다’, ‘아이들을 돌려달라’,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박근혜는 책임져라’고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1분간의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의 첫 발언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엄마의 노란손수건’ 운영자 오혜란 씨였다. 오 씨는 “엄마,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유리창을 치며 마지막까지 불렀을 이름은 엄마”라며 “엄마들은 아이들의 생사가 오가는 시간에 눈물만 흘리며 기도했고, 우리 아이들이 수장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미개한 엄마가 되고 말았다”고 흐느꼈다.

그는 “더 이상 눈물만 흘리는 나약한 엄마가 아니라 행동하는 엄마가 되기위해 노란 손수건을 질끈 매고 노란 피켓을 들었다”며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조작도 서슴지 않은 청해진 해운과 해양수산부, 해경은 물론 대통령까지 진실을 조목조목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탁회의를 대표해서 발언에 나선 김상근 원로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온전한 정부와 대통령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 목사는 “진성성은 없고 연출만 하는 박근혜 정부에 진상규명을 맡길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진상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저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회개하라”고 소리쳤다. 아울러 그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근본책임은 경제성장 7%와 매달 어르신들의 통장에 20만원씩 넣어주겠다는 공약에 현혹돼 표를 몰아준 우리 모두에게 있다”면서 “더 이상 가만히 침묵할 것이 아니라 일어나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한편 지난 14일 동료 교수 180여명과 함께 ‘스승의 날을 반납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김갑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양학부) 교수는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배안에 있었다”며 “어른들의 말을 듣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에게 우리가 과연 떳떳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통탄해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일을 정부가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것은 곧 방안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같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와 진실을 외면한 언론, 생명보다 돈을 먼저하는 기업을 바로잡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때까지 스승의 날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KBS(한국방송) 출신의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저는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는 기레기(기자+쓰레기)다”라며 “유족들의 항의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만 보도한 기레기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이제 못난 기레기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일어서겠다”라며 “KBS는 오늘부터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한 총력투쟁에 나선다. 시민들도 대한민국 언론의 평형수가 돼 선장교체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고 시민들은 큰 박수로 응원했다.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최초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했던 용혜인 씨는 “이번 참사는 선장의 문제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돈이 생명보다 먼저인 사회에서 언제든 일어날 사고”라며 “말도 안 되는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 씨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세월호 참사에서 300여 명의 사망자를 만들었음에도 정부는 이 말을 모든 국민들에게 되풀이 하고 있다”며 “내일(18일) 오후 2시 홍대입구에서 다시 침묵행진을 재개하겠다. 여기 계신 많은 시민 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면서 참여를 호소했다.

이날 청계광장 촛불행사는 8시 15분경에 끝났고 이어서 가두행진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든 시민들은 청계광장을 떠나 보신각, 종로3가, 을지로3가, 을지로 입구를 거쳐 오후 9시 20분경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 와중 행진도중 일부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또 집회를 마친 후에도 약 500여명의 시민들이 뭉쳐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다가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시위 참가자 115명을 연행해 서울시내 경찰서에 나눠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곤기자(tkha715@dailywoman.co.kr)


온 국민을 충격과 비탄의 바다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32일째인 17일, 주최 측 추산 약 5만 여명(경찰추산 1만 5천여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참사 초기 초동 대응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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