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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각 신호탄...신임 총리후보로 안대희 전 대법관 내정 - 책임총리 기대감은 의문...‘김기춘 유임' 체제 강화로 희석돼
  • 기사등록 2014-05-23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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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세월호 참사 이후 비등해진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에 따라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내정했다. 안 내정자 발탁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책임총리’란 상징적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제시했지만 그러나 곧 이어진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 소식은 실제 국정운영의 현실 속에서 ‘개혁-책임 총리’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되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안 총리 내정자가 부처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할 때 박 대통령과 밀착돼 있는 ‘김기춘 체제의 청와대’란 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안 내정자를 발탁한 데는 1기 정홍원 총리체제에 쏟아진 ‘무능’, ‘받아쓰기 내각’이란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철폐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개조를 추진하기 위해”라며 안 내정자를 국가개조를 위한 ‘개혁의 적임자’로 지목했다. 이는 안 내정자가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재임시 이른바 ‘대선자금 수사’로 얻은 부정부패 일소 등과 연관된 개혁의 이미지를 적극 수용한 것이다. 민 대변인은 이와 관련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성공할 분”이라고 안 내정자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를 전했다.

아울러 향후 내각 인선에 대해서도 민 대변인은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안 내정자가 내각 인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점도 내비쳤다. 이른바 ‘받아쓰는 총리’가 아니라 ‘책임 총리’로서 역할을 부여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또 이어진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의 사표 수리 소식은 청와대와 국정원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을 적극적으로 돌파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도 읽혀졌다. 그러나 안 내정자의 지명과 김 실장과 남 원장의 경질에도 김 비서실장의 유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김 안보실장의 경질은 세월호 사건 발생 이후 드러난 국정 컨트롤타워로서의 청와대 ‘무능’에 대한 직접적인 문책의 성격을 담았고 남 원장의 경우에는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및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인한 비판여론을 의식해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은 김기춘 실장이 주도적으로 행사해왔다는 것이 중평이다. 김 실장은 세월호 사건 발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조차 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대응 무능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은 김기춘 실장이 김장수 실장보다 더 무겁다는 평가가 많다.

또 남재준 원장은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정국 속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NLL(서해북방한계선) 정쟁을 야기, 이른바 ‘종북-공안정국’을 주도해 박근혜정부를 ‘대립의 정치’로 이끈 책임을 졌지만 이 또한 김기춘 실장의 기획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8월 초 김 실장이 청와대 입성 후 ‘공안정국’의 틀이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1기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공안정국’ 조성의 실질적 책임자로 지목되는 김기춘 실장의 유임은 2기 박근혜정부가 꾸려지더라도 1기의 국정운영 기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주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안대희 총리 내정자 발탁에 따른 기대감도 일정 희석된 것이다. 안 내정자가 박 대통령에게 국정에 대한 곧은 소리를 하기도 전에 김기춘 실장 체제의 청와대에 막힐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에 바탕한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이러한 안 내정자 발탁과 김 실장 유임에 대해 비록 새누리당은 ‘국가개조의 적임자’라며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김 비서실장의 유임에 대해서는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세월호 사고 책임을 져야할 김기춘 실장의 유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이날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박근혜정부 2기는 ‘김기춘 체제’ 강화”라며 “박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김기춘 실장의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에 이어 검찰 출신을 연속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는 국민화합, 국민통합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파하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바랬던 국민적 기대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민심을 추스르기에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도 브리핑을 통해 “김기춘 체제 유지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김 실장에게 면죄부를 주고서 무슨 책임을 누가 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 이상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는 바뀔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박 대통령은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정치권은 안대희 전 대법관의 총리 내정과 김장수 안보실장,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칠보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을 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태곤 기자(tkha715@dailywoman.co.kr)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세월호 참사 이후 비등해진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에 따라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내정했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의 내정에 따른 국정운영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곧바로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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