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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여론조사 맹신-안철수 전략 부재, 송영길 패배는 예견돼 있었다.s - 투표율·숨은표 반영안된 조사 맹신, 판세 오판, ‘박근혜 마케팅’에 대응책 부재
  • 기사등록 2014-06-10 07: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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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송영길 후보의 패배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결과다. 박원순, 안희정, 이시종, 최문순 등 새정치연합의 다른 광역단체장들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또 5월 말 마지막으로 공표된 언론사 의뢰 주요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가 유 후보를 10.8%p(한겨레-리서치플러스), 8.9%p(MBC·SBS-리서치앤리서치·TNS), 7.9%p(조선-미디어리서치), 7.3%p(중앙일보 조사연구팀)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일 KBS, MBC, SBS 출구조사 결과 유정복 후보가 49.4%를 얻어 49.1%를 얻은 송영길 후보를 앞섰다. 선거 결과 유 후보는 50%를 득표했고 송 후보는 48.2%를 득표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불과 1주일도 채 안 돼 뒤집힌 셈이다.

그렇다면 1주일 만에 ‘표심’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여론조사가 제대로 ‘표심’을 못 읽은 것일까. 새정치연합쪽에서는 막판에 ‘박근혜 마케팅’ 등으로 여당 표심이 결집해 추격 당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여론조사가 표심을 제대로 못 읽어 착시를 일으켰고 새정치연합 지도부나 송 후보쪽이 이 같은 여론조사를 맹신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6.4 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는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볼 때 표심을 제대로 못 읽은 선거전략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송영길 후보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징후들이 예견돼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징후는 세대별 투표율이 반영된 여론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열세였다는 점이다. 투표율이 반영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표심과 달랐던 셈이다. 지상파 출구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 기관 중 한 곳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지난 5일 ‘인천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와 출구조사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투표율이 고려되지 않은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경쟁력 있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SBS·조선·중앙·한겨레 등이 보도한 여론조사는 모두 투표율이 반영되지 않은 전화면접 방식이었다.

둘째 징후는 송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는 여권의 ‘숨은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 5일 통화에서 “언론사가 의뢰한 여론조사는 유·무선 혼합 전화면접 방식으로 주로 실시됐는데, 전화면접 조사의 특징은 무응답 비율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여권쪽이 무응답으로 회피했고,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가 판을 잘못 읽었다. 실제 민심은 송영길 후보가 앞서는 것이 아니라 추격 중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2일 전화인터뷰에서도 송영길 후보의 패배를 예고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전화면접 방식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유정복 후보가 20~30대에서 10%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주로 발표됐다. 그런데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무리 여권에 악재가 있어도 여당 후보가 20, 30대에서 20~30%의 지지를 얻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징후들을 종합해 보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가 우세를 보인 수치와 달리 실제 바닥 민심을 보면 송 후보의 패배가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선거가 가까워지자 SNS 등에서도 송 후보가 열세일 정도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 후보가 “박근혜 정부를 도와 달라”고 읍소하며 ‘박근혜 마케팅’을 전면에 내걸을 때도 송 후보나 새정치연합은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등이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서 ‘도와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을 때에도 안철수 공동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화력’을 인천쪽에 집중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3주 연속 광주를 방문하는 등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당선에 ‘올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부산에 사실상 후보를 낙점해 내보낸 상황에서, 안 대표가 인천·부산에서 박 대통령과 ‘정면 승부’를 할지, 자신의 리더십이나 대표직과 관련돼 있는 광주에 ‘올인’할지 선택의 기로에서 안 대표는 후자를 선택했다.

더군다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 관리’의 문제가 지적됐지만, 새정치연합측은 일축하기도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신문에 유세 개념, 전략 개념도 없다고 하는데”라며 “(광역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은 누가 촉촉하게 파고 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태곤 기자(tkha715@dailywoman.co.kr)

“마지막에는 접전이었다. (송영길 패배가) 해석이 안 된다. 방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인 최원식 의원이 밝힌 인천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이다. 당 자체적으로 의뢰한 23건의 여론조사 결과 중 22건에서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가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를 앞선 것으로 알려져 새정치연합 내부적으로는 이길 줄 알았던 인천시장 선거 결과가 가장 당혹스런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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