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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세월호 참사’ 교훈과 거리먼 보수논객 문창극 발탁 - 야권 반발 예상에도 보수색깔 강화...규제완화가 ‘국가개조론’ 중심에
  • 기사등록 2014-06-11 08: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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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이날 문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그야말로 의외였다. 언론을 통해 나돌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의 ‘정치권 총리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의 ‘충청권 총리설’, 그리고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개혁총리설’ 등은 애드벌룬에 불과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거론돼온 개혁적인 책임총리나 국민통합 총리 상(象)도 배제했다.

문 후보자로 대변되는 2기 박근혜정부는 ‘보수색 강화’로 귀결된다. 다만 1기와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기존의 ‘안보보수’에다 ‘경제보수’의 성격이 조금 더 가미된 것에 불과해 보인다. 나아가 이번 문 후보자의 발탁은 ‘이념-진영 대립의 전사’를 기용한 면에서 정권출범 초기 논란을 양산한 보수논객 윤창중 전 대변인 기용과 닮아 있다.

당연히 문 후보자 내정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보수색에 더해진 ‘보수 코드인사’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보수색의 이병기 신임 국가정보원장 내정까지 겹쳐지면서 1기 박근혜정부의 보수본색과 비교할 때 ‘난형난제’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문 후보자 인선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으로 평가된다.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나면서 최고의 신뢰를 요구받는 정부의 말을 국민이 믿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처럼 팽배한 정부 불신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대립의 정치’에 기반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 변화를 요구받았다. 그러면서 그 첫 단추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가 주목받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준 교훈을 결국 외면했다. 결국 ‘국가개조론’으로 국민과 사회, 정부를 변화시키겠다는 결의를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만큼은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여러 번에 걸친 사과와 눈물의 담화에서 자신의 국정운영기조에서 만큼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던 지난 과정은 이를 예고한 셈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 내정에 대해 “국민 속에서 소통하고 변화하라는 국민적 요구와는 정반대로 간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현안브리핑을 통해 “복지확대 반대, 햇볕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등 그간의 언론 활동을 반추해보면 극단적 보수성향으로 국민화합,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한 대변인은 특히 “4.16 세월호 참사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과연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닌, 51%만을 추구하는 박근혜 정권을 위한 인사”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그는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에 대해서도 “대통령 측근 인사를 국정원장에 임명함으로써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국정원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국정원의 개혁은 앞으로도 없다’라는 뜻을 그대로 보여준 인사”이라며 “국정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과 정반대의 결과”라고 반발했다.

특히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인 지난 2009년 5월 26일자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의 ‘공인의 죽음’이란 글을 통해 “죽음이 모든 것을 덮는다고 하지만 그의 죽음은 자연인과 공인의 성격으로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며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고 말하고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것에 대해 암묵적으로 반대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권의 반발을 불을 보듯 뻔히 예상하면서도 이 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은 6.4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과도한 ‘아전인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과거부터 쌓여온 적폐를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매진해 달라는 국민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면서 자신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하태곤 기자(tkha715@dailywoman.co.kr)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후 장고 끝에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보수논객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내정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 내정은 2기 박근혜정부 출범의 근본배경이 되는 ‘세월호 참사’ 교훈과는 동떨어진 인물이란 점에서 야권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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