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 ‘자비 독립 출판물’로서는 이례적인 베스트셀러 석권,.


<산소 도둑의 일기>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 ‘파격적인 내용’ 덕분에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2017년 ‘미투 운동’으로 절정을 이룬 페미니즘의 열기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경악해한 것은 역시나 “어째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그토록 거리낌 없이 폭력(혐오)을 행사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 책은 스스로를 ‘여성 혐오자’라 자인(自認)하며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서 흥분을 느꼈다.”라고 파렴치하게 선언하는 한 남성의 고백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를 ‘산소 도둑’, 즉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공기를 허비한다고 여겨질 만큼 쓸모없는 존재’라고 소개하며(책이 떠들썩하게 널리 알려지면서 각종 SNS에서 ‘산소 도둑’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였다.) 끊임없이 자신의 폭력과 혐오를 정당화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모든 변명은 ‘산소 도둑’이 자행한 악덕의 공공연한 증거가 될 뿐이고, 독자들 또한 익명의 화자가 펼쳐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편집증적 망상과 열등감, 기억의 날조만을 읽어 낼 따름이다.


이 작품은 별도의 마케팅이 없는 ‘자비 독립 출판물’로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연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급기야 1만 부 단위로 증쇄를 거듭하며 순식간에 10만 부를 돌파하였다. 단지 이에 그치지 않고,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를 제작해 온 고담 그룹에 영화화 판권까지 팔리며 그해 ‘대세 소설’임을 입증했다. 이렇듯 하나의 ‘현상’이 된 <산소 도둑의 일기>는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주요 출판 매체로부터 “자비 출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9-04-09 14:48:3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칼럼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