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OPEC+)’가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로 줄이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OPEC+는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본부에서 회의를 마친 이후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0만 배럴은 세계 원유 1일 공급량의 2% 정도 되는 규모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5~6월 이후 최대 감산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비주요 산유국 23개국으로 구성된 OPEC+가 대면 회의를 개최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OPEC+의 이번 결정으로 지난 7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또 다시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대규모 감산이 이뤄지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이미 많은 나라가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감산은 OPEC+의 두 주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러시아 편을 들어준다는 시각도 나온다.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공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 입장에서는 오히려 웃을 수 있다.
AFP통신은 올해 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두기 전에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그간 OPEC+를 상대로 대규모 원유 감산을 강행하지 않도록 외교 역량을 동원해 압박을 가해 왔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유가 상승은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백악관은 지난 3일 OPEC+의 감산을 “완전한 재앙이자 적대적인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