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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망 미스터리...'시신 맞다' 빼곤.. 국과수도 풀지못한 死因 의문점 - 국과수 “뼈아닌 근육조직 보냈다면… 분석시간 단축 혼선 줄였을것”
  • 기사등록 2014-07-26 09: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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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는 이번 감식에서 시신의 독극물 검출 여부를 중점 점검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시신의 간과 폐, 근육 등에서 청산가리나 농약류, 뱀독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뱀에 물리거나 약물을 복용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신 발견 당시 2003년산 보해골드 등 빈 소주병 2개와 순천막걸리병 1개가 발견돼 이를 음독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다른 유류품인 ASA스쿠알렌 병, 치킨용 허니머스터드(소스) 통, 육포와 열매 등에서도 독극물은 없었다. 적어도 독살 또는 음독자살 가능성은 배제된 셈이다.

시신의 알코올 농도 역시 통상적인 부패 시신에서 발견되는 정도인 에틸알코올 0.023∼0.032%만 검출됐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은 유 전 회장 곁에서 소주병이 발견된 것 때문에 거론된 음주 후 지병으로 인한 사망설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 외상이나 목졸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유 전 회장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된 사실이 알려지며 타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한영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목에 외부 충격이 가해져 사망했다면 연골이 부러져야 하는데 시신에서 연골 골절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부위의 뼈 골절도 발견되지 않았다.

'훨씬 오래된 시신 아니냐'는 의혹도 해소됐다. 유 전 회장의 시신 현장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된 이후 일각에서는 "숨진 지 보름 정도 된 시신이 지나치게 훼손됐다"며 '시신 바꿔치기' 의혹까지 나왔다. 이 센터장은 "시신을 노천에 방치한 후 열흘 뒤 확인했을 때도 구더기가 크게 증식하면서 유 전 회장 시신과 비슷한 정도로 백골화된 적이 있다"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수가 사인 규명에 실패한 만큼 사망원인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표에서는 '저체온증 사망'이 유력한 원인으로 제기됐다.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시신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있고 상의를 위로 끌어올리는 등 탈의 현상을 보인 것은 저체온 사망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경우 성폭행 살인으로 오해할 정도로 옷을 벗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

한편 이날 국과수는 경찰의 초동 수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 원장은 "처음 감식을 의뢰할 때 뼈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는 근육을 보냈다면 초기 혼선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법의학자가 시신을 봤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곤 기자(tkha715@dailywoman.co.kr)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의 정밀감식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망 원인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에서 발견된 시신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찰 1차 조사 결과를 재확인한 정도였다. 앞으로 검경의 수사에서 새로운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한 유 전 회장의 사인은 영구 미제(未濟)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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