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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아름다운 고향의 산 내변산을 그리기 위해 오전 8시 개암 황토찜질방에서 출발하여

산행 기점인 어수대(御水臺) 연못가의 맑은 물을 굽어보며 쇠뿔봉을 향해 서울에서 같이 내

려온 친구와 고향 친구가 함께 출발했다.

등산로 입구 마을 앞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길에 처음 접하는 어수대는 부안호의 발원지다. 


부안호의 물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길

섶의 돌탑들에서 행인들의 간절함도 읽으며 나도 무사 산행을 기원했다. 스케치 장소 쇠뿔봉에 닿기까지 1시간 30여 분이 걸리기에 부지런히 산에 올랐다.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등에 땀이 났다. 비록 땀은 많이 흘렸지만 고향 산에서 흘리는 땀은 기분이 참 좋았다. 고향 산의 바람이 시원했다. 어수대에서 400m쯤 오르막길을 올라 안부에 닿았고 능선까지 오르막은 계속됐다. 경사는 더 가팔라졌다. 아직도 그늘진 곳의 눈이 녹지 않아 많이 쌓여 있었다. 봄꽃을 기대하기에는 좀 이른 계절이지만, 반도는 완연한 봄 기운으로 가득했다. 능선 위를 지나는 이른 봄바람이 시원하다. 


쇠뿔바위봉에서 바라보는 내변산의 풍경을 담기위해 두 다리를 움직인 지 40여 분쯤 지나 비룡산 천봉(442m)을 지나고 이후에 걷는 능선은 연신 천혜의 조망터였다. 실학자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에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가 있는데 이것이 변산이다’라고 묘사하며 이곳 변산을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 꼽았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라 양지바르고 시원하게 터 있는 곳은 어김없이 묘가 있었다. 계속해서 평탄한 등산길 위를 걸으며 저 멀리 북쪽으로 우금암, 의상봉과 서해를 감상하며 친구가 준비해온 막걸리와 과일 안주를 하며 잠시 쉬며 우금바위쪽을 바라보는데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는 구름 모습이 비행기 위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르는 동안 산의 정기가 특별한 탓인지 곳곳에 무덤이 많이 보였다. 변산은 해발이 낮다 하

여 만만하게 볼 산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강원도 산들은 보통 해발 300m 또는 400m에서

시작하지만 여기 변산은 해발 10m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낙타등처럼 솟은 암산의 봉우리와 고래등처럼 생긴 암벽바위를 연신 오르내려야 했다. 이윽고 우뚝 선 쇠뿔바위봉 전망대에서 변산의 진면목과 만났다. 쇠뿔봉 전망대에서 오른쪽 멀리 의상봉을 바라보며 변산의 최고봉인의상봉(509m)에는 군부대 레이저기지가 세워져 있고 중앙에는 깃대봉과 좌측 멀리 부안호수가 보였다. 이름과 달리 투박하게 생긴 쇠뿔바위봉 너머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첩첩이 펼쳐진 산과 기암괴석의 산들이 바다와 함께 펼쳐진다. 해는 구름 속에 숨었다가 등장하기를 몇 번 반복하며 우리 일행을 감격시키기에 충분했다. “야호, 하늘이 도와주시는 구나! 내변산에 풍경에 흠뻑 빠지겠다!” 우리들의 연이은 감탄에는 과장이 필요없었다. 바로 그 산 앞에 앉아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고 중간에 준비해온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작품에 몰두했다.


가끔씩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느 정도 작품 구상과 스케치를 마치고 하산

길에 올랐다. 조금은 위험스런 나무계단이었지만 멋진 풍경의 도취감에 힘든지도 몰랐다. 어느 새 산 그림자가 내게 다가올 즈음 청림리 마을에 도착하였다. 중계계곡까지 가고 싶었지만 귀한 손님이 곰소작업실 근처에서 기다린다 하여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오늘도 고향 산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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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16 06: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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