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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11 관음봉
  • 기사등록 2021-05-22 06:28:28
  • 기사수정 2021-05-22 06: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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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서쪽 끝자락의 소머리처럼 불쑥 힘차게 솟아있는 변산반도, 그곳 중앙에서 멋진 모습으로 반도 그곳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큰 봉우리를 내변산이라 부르고 관음봉으로 쓰고 있다. 

호남의 5대 명산(지리산,내장산,월출산,천관산,변산)에 포함될 만큼 그 자체가 수려한 내변산의 비경 관음봉을 향해 출발했다.


변산(邊山)은 말 그대로 변두리에 있는 산을 뜻한다. 백두대간 덕유산 아래 여수 영취산에서 분기한 호남정맥이 내장산 신선봉 아래 순천 새재봉 부근에서 목포 유달산까지 이어진 영산기맥(호남정맥 상의 백암산과 내장산의 중간에서 가지를 친 기맥)을 만들고 영산기맥은 방장산 장성 갈재 부근에서 다시 힘차게 분기하여 부안 변산 격포항 남쪽에서 그 여맥을 다하니 그것이 변산지맥이고, 서해로 뻗은 반도 가장자리 산들이 변산반도이다.

따라서 내변산의 최고봉은 의상봉(509m)인데, 의상봉에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내변산 최고봉을 관음봉이 대신하고 있다. 내변산의 형성 시기를 추측해보면 신생대(6,500만년) 3기에 만들어진 태백산맥보다 한참 윗대인 중생대(2억 5백만 년~6천 5백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반도의 지형들의 형성과정이 시간의 등고선이라면 눈(雪)과 비(雨), 바람과 햇살의 어루만짐을 겹주름으로 새기면서 생명체들의 부침을 품어왔을 변산은 부드럽고도 둥그스름하다. 억 년을 넘는 풍화작용과 침식으로 작은 봉우리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수묵화 한폭처럼 간결하면서도 맑은 붓질의 봉우리와 골짜기가 어울려 넘실댄다. 관음봉(424m),옥녀봉(432m),쌍선봉(459m),신선봉(486m),삼신산(486m),상여봉(395m) 등이 해발 400m대의 높이로 이루어져 있다. 

관음봉은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가인봉(佳人峰)이라 불렀는데, 예전 문헌에는 가련봉(可憐峰)이라 했으며, 높고 낮음이 크다 하여 아차봉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관음봉 서쪽으로는 망포대(望浦臺)와 운호리 뒷산 신선대(神仙臺) 줄기가 에워싸고, 동쪽은 옥녀봉 줄기가 곰소만을 에워싸고 뻗어 있다. 


관음봉의 '관음'이라면 '보고 듣는다' 라는 뜻인데 내소사 스님들을 바라보고 독경소리를 듣는 봉우리인가 싶다.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 소나무 숲에 천 년송 '관음송'이 궁을 떠나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대왕의 애환을 '보고 들었다' 하여 관음송이라 칭하듯이 변산의 관음봉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바위를 깍아세운 듯이 기세등등하게 내소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관음봉 스케치를 위해

출발을 준비했다.

날씨는 제법 포근한 봄 날씨에 약간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있었지만 스케치하기에 좋은 날

씨였다. 3월의 마지막 토요일 봄빛이 가득한 가운데 스케치 코스는 내소사에서 시작하여 관

음봉 삼거리 너럭바위에서 그림을 그리고 회귀하는 코스로 정했다. 혼자 출발하는 산행이라

서 짧은 코스로 정한 것이다. 


내소사 원암마을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재백이고개 삼거리에서 우측 관음봉삼거리를 지나 너럭바위에서 관음봉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스케치를 했다. 곰소만 방향은 빼고 관음봉 주봉을 우측으로 구도를 잡고 중앙에 의상봉을 기점으로 힘차게 산맥을 형성하고 너럭바위와 함께 관음봉을 관망하는 나무를 그려 넣었다. 너럭바위와 관음봉의 거리를 두기 위해 여백으로 마무리하는 그런 작업이었다. 스케치 도중 점심식사와 산위에서 마시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작업마무리를 하고 다시 관음봉 삼거리로 내려와 내소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였다. 내변산은 솔숲과 변산 바람꽃 등과 바위와 냇물이 예사롭지않아 나와 같은 작가에게 영감을 많이 주는 생산적인 산이다. 모진 세월을 겪어내고도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연인처럼 중후하고 정갈하다. 


옛 선인들은 이런 변산을 일러 산이 겹겹이 쌓여 골이 깊고 그윽하다 하였고, 깎아지른 듯 높고 가파른 바위가 가히 절경이라 하였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는 우리나라의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라고했다. 이런 풍수가 좋은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듯하다. 총산행거리는 4km정도의 짧은 산행 스케치였지만, 봄빛을 머금은 고향 내변산의 기운을 오롯이 담아낸 듯하여 하루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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