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14 선인봉(仙人峰 : 일명 천황봉) - –신선이 도를 닦는 선인봉에 취해
  • 기사등록 2021-05-25 01:01:10
기사수정


2년 전 초여름 더위가 만만치 않을 때 남여치 소형주차장에서 주차를 한 뒤 작은 다리 앞에서 출발하여 월명암에 오르는데 초반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산행을 시작하는 남여치(藍與峙)의 '남여'는 조선시대에 벼슬아치들의 교통수단이었다. 의자같이 생긴 모양인데 지붕이 없는 가마라고 보면 된다. 조선 말기 이완용이 전라도 관찰사 부임 시 이 고개에서 쌍선봉의 낙조를 보러 올라갈 때 이 고개를 다녀갔다 해서 붙여진 고개 이름이라 전한다.

그러니까 중국 황산에 가면 앞뒤에서 두명의 가마꾼들이 대나무로 만든 가마로 올라가는 것처럼 흥선대원군 또한 남여를 타고 올라갔으니 하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등산길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나뭇가지 때문에 앞뒤 조망이 없다가 20여 분 정도 오르니까 우측 능선이 보이기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얼굴에서도 땀이 흘러내려 잠시 쉬며 서해를 관망하였다.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출발하여 쌍선봉(480m)을 지나는 삼거리에서 우측방향으로 향했다. 잠시 내리막길을 지나 살짝 오르막을 올라 월명암의 삽살개 두 마리가 반겼다. 경내에는 온통 바이올렛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잠시 월명암에서 '변산 8경'중 4경인 '월명무애(月明霧靄)의 안개 낀 모습은 아니었지만 전나무 밑에서 스케치를 한 뒤 삽살개를 뒤로하고 선인봉으로 출발을 하였다. 혼자만의 외로운 산행이었지만 붓이 있어 행복한 산행이다.


월명암을 나오니 한동안 완만한 숲길이 이어졌다. 참나무와 산죽들이 어우러져 너무 멋진 산행길이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내리막 암릉길이 나타나면서 내변산의 속살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 화선지를 펴고 1시간여 스케치를 하고 다시 산길을 10여 분만에 선인봉(仙人峰)도착하였다. 선인봉이란 신선이 도를 닦는 바위라 하여 붙여진 것이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암벽의 높이는 약 150m, 너비는 약 200m이다.


선인봉 앞은 암릉과 소나무의 조화가 한 폭의 작품 같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먼저 컵라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하고 다시 화선지를 펼쳤다. 변산은 봄 풍경도 아름답지만 봄 못지않게 여름 풍경은 수려하다.

변산은 전라도에서 '호남 5대 명산'이라고 불리웠는데, 이른바 5대 명산은 ‘내장산(內藏山), 지리산(智異山), 변산(邊山), 천관산(天冠山), 월출산(月出山)’을 일컫는다. 계절별로 나뉘어 가장아름다운 산을 선별해 불리는 호남 4경(景)이 있다. '모악춘경, 변산하경, 내장춘경, 백양설경'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변산의 여름은 하늘이 내린 최고의 경치인 것이다.필자는 개인적으로 겨울 변산을 좋아하지만, 예로부터 ‘춘변산(春邊山) 추내장(秋內藏)’이라 했다고 한다. 가을 경치는 내장산이 으뜸이요, 봄 경치는 변산(전북 부안군)이 최고라는 뜻이다.


바다와 산, 그리고 호수까지 겸비한 변산반도는 가히 볼거리의 집합소이다. 이런 장소에서 산행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경치도 감상할 수 있으니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멋진 선인봉작업을 마치고 사자동 주차장으로 향했다.

한 번의 여행으로 산과 바다의 정취를 느껴보고 부안의 정갈한 음식을 맛을 볼 수 있는 나의 고향 부안 변산. 아직 꽃은 피지 않고 긴 겨울이지만, 아름다움의 극치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5-25 01:01:10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칼럼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