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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45 위도 흰색 상사화 - –달빛 아래 피어나는 꽃
  • 기사등록 2021-06-30 13: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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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상사화 55*4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세계 유일의 자생종인 “흰색 상사화”가 위도 전역에 활짝피었다. 하얀 상사화를 그리기 위해 그리움을 안고 아침 일찍 상쾌한 기분으로 부안을 향해 출발했다. 다행히 날씨는 매우 좋았다.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하여 격포항에 도착하니 이미 격포여객터미널에는 작년 가뭄 때문에 꽃이 피지 않아볼 수 없었던 꽃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로 북적거렸다. 11시 55분 배를 타기 위해 티켓팅하고 승용차를 차에 선적하려고 하는데 이미 만선이라 배에 차를 선적할 수가 없어 화구 배낭만 메고 배에 올랐다.


서해바다는 파도도 없이 호수처럼 잔잔하고 해무도 없었다. 배가 격포항을 출발하자 배웅하듯 갈매기가 따라나선다.

이번 스케치여행은 대학동기들과의 졸업 후 첫 여행이었다. 숙소는 대리 논금해수욕장을 통째로 볼 수 있는 경치 좋은 펜션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떠나는 여행이라 즐거움 두 배였

다. 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항까지는 14km 정도로 50여 분 달리면 도착하는 섬이다.

위도 상사화 100*5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이영수 소장)

섬에 도착하자마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위도에서 제일 맛깔스러운 식당 섬마을에서 제철 꽃게탕을 먹고 논금해수욕장 앞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바다를 보고 님 그리듯 서 있는 위도 상사화를 그리기 위해 작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너무 가뭄이 심해 꽃대가 올라오지 않아 상사화를 그리지 못했다. 그

러나 올해에는 꼭 상사화를 배경으로 위도해수욕장을 그리겠다고 왔는데 길가에 늘어선 상사화들이 우리를 보며 활짝 반겨주었다. 개화가 일주일 정도 빨라서 이미 많은 꽃들이 시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대로 위도해수욕장 앞에서 화판을 펴고 드넓은 백사장과 아름답게 수놓은 하얀 상사화를 화폭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맛과 풍경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섬 위도이다.


위도면은 사람의 위를 닮았다고 해서 위도, 위 옆에 있는 섬이라 식도라고 부르는 섬으로 이루어진 부안군에서 제일 큰섬 위도면이다. 또한 위도면에서는 매년 음력 7월 보름을 기해 섬 전체에서 펼쳐지는 올해로 네 번째 “고슴도치섬 위도 달빛 아래 밤새 걷기” 축제는 상사화가 활짝 만개한 가운데 가족과 연인 등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에 너무 좋은 행사이다.


오직 세상에 단 한 군데에만 피는 꽃 위도상화를 지키기 위해 10여 년 전에 핵폐기장이 들어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도 상사화 자생지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여 부안군민이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위도 상사화는 꽃이 피고 2~3일이면 곧 시들어버린다고 한다. 다만 개체마다 피는 시기가 달라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위도 사람들은 상사화를 ‘몸몰이대’라 부르는데, 위도 토박이 어른 말씀으로는 상사화 꽃대를 말려 나물로 먹었다는데 아마도 머윗대 나물하듯 먹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전북 도내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육지와 매우 가깝다. 격포항에서 14.4㎞ 거리로 유인도 6개, 무인도 24개 등 모두 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도는 흑산도, 연평도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파시(派市) 중 하나로 1970년대만 해도 전국에서 수백 척의 어선이 조기와 삼치를 잡기 위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뤘다.


역사가 깊은 위도는 아름다운 경치 못지않게 얘깃거리도 많다. 해수욕장과 갯벌도 드넓다.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는농어·광어·감성돔·우럭·삼치·민어·장대 등이며 낚시 인들의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하는 갯바위와 선상 낚시꾼들로 사시사철 붐빈다.

위도의 볼거리로는 위도팔경을 꼽을 수 있다.


제1경으로 용연창조

(龍淵漲潮 : 진리 앞바다에 아름답게 출렁이는 물결)

제2경은 왕등낙조

(旺燈落照 : 왕등도로 지는 붉게 타는 저녁노을)

제3경은 봉산출운

(鳳山出雲 : 봉수산에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운무)

제4경은 선소귀범

(船所歸帆 : 조기잡이를 마치고 벌금으로 들어오는 돛단배)

제5경은 망봉제월

(望峰霽月 : 망월봉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의 모습)

제6경 정금취연

(井金炊煙 : 정금에서 밥 지을 때 솟아오르는 저녁 연기)

제7경은 내원모종

(內院慕鍾 : 내원암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저녁 종소리)


마지막으로 제8경은 식도어가(食島魚歌 : 식도 뒤 두멍골에서 그물 올리며 부르는 어부들의 노랫소리)이다. 특히 8경 중 위도 흰색 상사화 에서도 왕등낙조와 망봉제월은 보는 이마다 경탄을 자아낸다. 참고로 위도 상사화는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어 잎은 꽃을, 꽃은 잎을 그리워 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화엽불 상견(花葉不相見)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며, 붉은 상사화는 정열이고 위도 흰 꽃 상사화는 순결이라 할 수 있다.

즐길 거리, 먹거리가 넉넉해 위도는 한마디로 바다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섬 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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