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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46 위도 내원암 백일홍 - –내원암을 붉게 물들이는 백일홍
  • 기사등록 2021-07-02 11: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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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암의 향기 53x4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6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쯤 이색적인 감성 축제가 위도에서 열린다. 작년에 처음 열려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고슴도치 섬 달빛 보고 밤새 걷기 축제’다. 여느 상사화 축제와는 격이 다르다. 위도상사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늦여름 밤, 파도 소리를 벗 삼아 달빛 속 오솔길을 걷는 이 축제는 은근하게 연인들을 불러 모은다. 함께 거닐며 정담을 나눌 수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도 많다.


위도에서의 7월 보름밤을 맞이하여 세계에서 유일하게 핀다는 하얀색의 위도 상사화를 보기 위해 찾아왔는데,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날씨 때문에 상사화꽃대는 올라오지 않아 꽃

을 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내원암에 오래된 배롱나무에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우리 스키치 일행은 내원암으로 향했다. 치도 모정에서 주민들이 만들어준 바지락 부침개를 막걸리와 끝없이 맛있게 먹고 난 후 작은 언덕으로 가는 숲길의 오솔길을 따라 잠시

오르니 내원암 가는 길가에 예쁘게 피어 맞아주는 배롱나무 꽃빛이 참 고왔다. 위도에 와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위도에 배롱나무꽃은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본 어떤 배롱나무꽃

보다 꽃 색깔이 짙고 고와서 눈길을 끌었는데 내원암에 배롱나무꽃은 환상 그 자체였다. 크기도 크지만 꽃빛도 정말 고왔는데 토질에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원암이란 작은 암자는 망금봉 아래 산자락에 있다. 조계종 고창 선운사의 말사인 내원암은 고슴도치 자궁에 해당하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사찰이라기보다는 작은 암자인데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비구니 사찰이다. 조선시대 숙종 때 이름 미상인 박 씨가 창건한 암자였으나 중간에 암자가 낡아 을미년 4월에 주지 박흘열 씨가 중창하여 주민 송만기 씨와 36인이 뜻을 모아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내원암 앞에 있는 대웅전 지붕보다는 크면서도 몇백 년 수령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배롱나무의 자태가 우람하고 아름다워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약수는 물맛이 일품이라는데 더위와 가뭄탓에 물이 없어 맛볼 수가 없었고 마당에 있던 개만 사정없이 짖어댔다. 절의 개는 온순하다는데 내원암의 개는 정신을 못

차리고 우릴 보며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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