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 부안은 황토빛 흙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때묻지 않은 고향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곳곳에 고이 간직되고 있다. 바람 따라 거닐며 고향의 좋은 풍경을 만나면 화판을 펴고 풍경
을 훔친다. 고향 부안 땅 들녘은 독특한 질감이 주는 매력은 거부할 수 없는 기쁨이다. 마치
거친 사포 위를 지나간 꼬마들이 도화지에 그린 크레용 자국과 같다.
힘차게 내 질러진 농기계의 자국은 농부의 얼굴에 생기는 주름살같이 느껴진다. 이 밭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지만정성들여서 밭을 일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왠지 감사한 마음이 든다.
펑퍼짐한 황토 들녘이 도처의 해솔숲 무리와 함께 펼쳐지고 그 너머의 산들이 올망졸망 솟
은 부안의 산과 들, 논 들이 그림 바다가 되어 울렁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