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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55 눈 내린 청림리 - –성탄 카드 같은 수려한 청림리
  • 기사등록 2021-07-10 14: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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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리의 겨울 53x3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축복의 땅 부안 변산반도는 산과 바다와 들이 하나다. 고개 들면 내변산의 수려한 산봉우리가 우뚝하고, 몸을 돌리면 외변산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고향은 산과 바다와 들판의 조화가 절묘한 땅이다.

변산반도에는 역사 유적, 고찰, 호수, 기암절벽, 해수욕장, 갯벌, 계곡, 폭포, 영화 세트장, 포구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산재해 있고 특히 청림마을처럼 산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포근한 외가 같은 풍경들이 곳곳에 많다. 서해안의 어느 풍경보다도 내변산에 위치한 마을들은 풍성한 여정을 나에게 안겨준다. 슬레이트 지붕 위에도 눈송이가 사뿐히 내려앉고, 밤새 내린 논과 밭에도 하얀색 이불을 뒤집어썼다. 눈 내리는 밤, 쌓이는 눈을 밟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생각도 아름답고, 달콤한 추억이 담긴 구수한 서정시가 생각나는 청림마을의 설경 풍경을 보지 않고는 감히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풍경이다. 마치 흑백사진 같은 모노톤 풍경이 겨울의 정취가 돋보이게 한다. 이미 나이가 들어 있어도 역시 그리운 것은 철없이 신죽평야의 논을 뛰놀던 어린 시절이라 할 수 있다.


눈 오는 날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추억과 외로움의 대상으로 보상 받고 싶은 심정으로 난 설경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다. ‘눈 내린 겨울 날이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 내린 숲속

에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린다고 하네요.’라는 안도현의 시 ‘겨울 숲’ 이 떠오르는 풍경이 바로 내변산 청림마을의 풍경이다. 작품을 하면서 풍경속의 농가를 보니 그 1987년 어느 여름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부안에서 서울로 떠났던 내가 다시 깊어가는 겨울날에 고향 눈 속에 앉아 그림 그리며 옛 추억이 떠오른다.


부안 백산의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 태어난 내가 낮선 서울생활에 가위 눌린 듯 가슴이 답답하고 끝없는 좌절감을 안고 살았던 때가 많았었다. 오직 작품만 하며 생활을 해야 하는 슬프고, 외롭고, 가난하던 시절, 이런 달콤한 감정을 느끼기에 앞서 힘겨운 생존이 먼저였을 때의 막막함과 절망감은 꿈에라도 다시 생각날까 두려웠던 때가 많았었다. 심장 수술(1984년) 후 완전한 몸도 아닌 상태에서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정말 힘든 하루하루의 서울생활은 참 힘들었다. 갑작스런 환경의 뒤바뀜은 그런대로 참아낼 수 있었지만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고통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겨내고 전업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고향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고향은 나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어준 것이다.


어릴 적 변산 우금바위에서 불어오는 눈바람과 동진강의 모진 겨울 강바람을 맞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옛 추억이 남겨져 있는 고향의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이다. 비록 주말마다 오는 일정이지만 참으로 행복한 일정이었다. 여러 가지 불편함도 잊을 수 있었던 건 어머니 품속처럼 따뜻한 ‘고향 풍경’때문인 것 같다. 그림 속의 장소인 부안 청림리는 내변산으로 통하는 입구인 우슬재를 넘어서 조금 가다 보면 나오는 동네이다. 이 마을은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백천이 남북으로 흐르고 노적동, 들독거리, 서운, 지름골 등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부안의 다른 지역에 비해 벚꽃도 늦게 피고, 드라이브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2013년도에 메밀꽃 축제가 열렸던 곳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현대사생회단체에서 4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4박 5일간 부안에 스케치 캠프를 차리고 부안의 아름다운 설경을 담았다. 스케치하던 날도 사흘 넘게 내리던 눈도 잠시 멈추고 햇살이 비쳐 하늘이 도와 도로에도 눈이 녹아 우슬재를 넘어 청림리까지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현대사생회에서 예약했던 식당이 취소되어 지인을 통해 뷔페식으로 점심식사를 따뜻하게 했다. 청림마을의 이장님의 따뜻한 배려로 마을회관을 빌려주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동네 젊은 사람이 버스 주차 문제로 옥신각신하여 부안의 이미지를 깎아내렸지만, 부안군 문화관광과의관심과 지원으로 멋진 스케치를 마칠 수 있었다.

청림리 설경풍경은 수묵화 기법 중에 유백법으로 그렸는데, 유백법이란 표현하려는 부분은 하얀 종이색 그대로 남겨두고 주변을 엷게 채색하는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장소는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엔 곳곳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오늘도 청림리는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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