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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의 기준은 오직 ‘국민’이어야 합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
  • 기사등록 2023-05-12 15: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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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청년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의 정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큰 선거에서 내리 세 번의 국민적 심판을 받았음에도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당연히 저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저희는 정부와 청와대에서, 또 민주당의 일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그간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연 저희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 스스로 먼저 돌아보면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책임 있는 역할을 맡았던 민주당의 구성원으로서 지금 우리 당의 상황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이제라도 우리 당의 쇄신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더 내겠습니다.
이틀 뒤 우리 당에서 ‘쇄신 의총’이 열립니다. 뒤늦게라도 무너진 외양간을 고쳐보고자 노력하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쇄신의총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배포된 설문지에 유독 ‘국민의힘과 비교하여’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합니다.
국민이 선거에서 세 번 연속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 당이 국민의힘 보다 나은지 아닌지’를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직도 우리 당이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건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지금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 보다 비교우위에 있는지 아닌 지를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엉망진창인 ‘국민의힘 보다’ 나은 정당이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정당이 되고자 할 때 진짜 쇄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 당이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쇄신 의총에서 의결하기를 요구합니다.
첫째, 돈봉투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설치하십시오. 
민주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금권선거가 벌어졌습니다. 당내 선거에서 부정한 돈이 오갔다는데 당은 최소한의 진상조사 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검찰 독재’를 외치다가 돈봉투 문제에 대해선 갑자기 검찰 수사에 맡기자고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의원의 의혹을 거론하며 반문합니다.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을 겁니다.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흘리며 총선 때까지 끌고 갈 것입니다. 민주당이 끊어내야 할 적폐가 있다면 그것은 검찰손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정당이 국민 앞에 ‘쇄신’을 약속한들 신뢰받을 수 있겠습니까?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더라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철저한 자체 조사를 하고 동시에 당사자들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추후 문제가 드러날 시 출당과 정계은퇴도 감수하겠다는 진술과 서약을 받아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아울러 금권선거가 유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무급으로 선거를 도와주고 자리를 보장받거나 민원을 해결해 주는 악습을 근절해야 합니다. 각종 공직선거나 전당대회 등 당내선거에서 열정페이를 근절하고 임금지급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당내 선거에 운영비가 필요하다면 합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국민들께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십시오.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단이 꾸려졌지만 유사한 문제가 또 있지 않은지 전수조사를 해야 합니다. 가상화폐 논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더 엄격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가상자산 재산등록 제도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1년에 한 번 연초에 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은 전년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법이 시행되고 내년에 재산등록을 실시하게 되면 그전에 발생한 가상화폐 문제들은 밝혀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자산 재산등록 제도화라는 재발방지책도 필요하지만, 미처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해결책에 불과합니다.
만약 법이 시행되기 전에 김남국 의원 외에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진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마다 의혹이 불거진 개인에 대한 별도의 진상조사단을 사후적으로 꾸릴 겁니까? 앞으로의 재발방지책은 재발방지책 대로 마련하되 미처 살피지 못한 문제가 없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선제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조사를 벌이고 당사자에 대해 단호히 조치를 취해 국민 앞에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유명무실한 윤리심판원과 윤리감찰단을 해체하고 다시 설치해서 제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윤리감찰단은 당대표 직속기구로서 선출직 공직자 및 주요 당직자에 대한 상시 감찰기구 업무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윤리심판원도 윤리감찰단도 제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의 도덕성이 이렇게 무너질 때까지 윤리심판원과 윤리감찰단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이미 윤리심판원에 청구된 사안들에 대해서도 후속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겁니다. 해체 후 윤리심판원과 윤리감찰단을 새로 꾸려 현재 계류된 사건이 몇 건인지, 또 무슨 사안인지 밝히고, 언제까지 최종 결심할지 천명해야 합니다. 우리편은 감싸고 상대편만 공격하는 내로남불 정치,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된 당내 도덕불감증을 끊어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에 쌓여있는 문제들은 ‘위법이냐 아니냐’, ‘수사권이 있냐 없냐’, ‘국민의힘 보다 나은가 아닌가’로 논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국민들께선 민주당을 공익에 헌신하기보다 사익을 우선하는 정당으로 평가하고 계십니다. 이같은 현실에 민주당은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혼란한 가상화폐 시장의 사회적 안착을 위해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수권정당의 국회의원이 제도 개선은 커녕 오히려 가상화폐를 국민이 모르게 본인의 수익실현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도, 당의 수장을 결정하는 선거에서 부정하게 돈봉투가 돌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온정주의로 없던 일인 양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모습도, 결국 공익 보다 사익을, 국민의 눈 보다 민주당의 내부 논리를 더 우선하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매듭짓지 않고 넘어간 내부 문제들 한 번 한 번이 쌓여 관례가 되고 악습이 되고 마침내 적폐가 됩니다. 돈봉투 사건처럼 말입니다. 촛불의 열망으로 집권해 ‘적폐 청산’에 앞장섰던 민주당입니다. 그런 우리가 이제 국민께 ‘적폐’로 평가받아야겠습니까? 
우리의 비교 대상은 어제까지의 우리이고,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은 오늘의 우리이며,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국민입니다. 쇄신의 기준은 ‘국민의힘’도 아니며 ‘우리가 보기에 괜찮은’ 수준도 아닌 오직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공익 보다 사익을 우선한다는 건 비단 금전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간 당내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다수 구성원들이 눈치만 살피며 침묵했던 것 역시 당과 사회 보다 자기 안위를 더 걱정했던 비겁함 때문일 겁니다. 저희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용기를 내겠습니다. 저희는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주당 쇄신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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