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은 편집국장
한국 최초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인증하는 스포츠 전문의 학위를 수여 받은 스포츠닥터가 있다.(그림 1. IOC 인증 스포츠 전문의 학위 수여식에서. 스위스 로잔)
국내에 아직 ‘스포츠의학’이라는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부터 수많은 국가대표와 프로선수들을 치료하며, 국내 스포츠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이상훈 박사의 이야기이다.
어깨 및 팔꿈치 전문의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후, 다시 스포츠 닥터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의사이기 때문에, 언뜻 화려한 길 만을 걸어왔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상훈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의사로서의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며 순탄하게 전문의가 된 이상훈 박사는 군의관으로서 입대하면서 인생의 큰 변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 이상훈 박사는 큰 병에 걸리면서, 모든 미래의 계획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급격하게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고,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체중은 30 Kg대로 줄었고, 머리카락은 30% 도 채 남지 않게 되었어요. 모두들 백혈병이나 암일 것이라 생각했어요.”라고 이상훈 박사는 당시를 회상한다. 체중이 급격히 빠지니 두세 발걸음만 움직여도 숨이 가빴고, 무릎 관절이 너무 아파서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했는데, 정작 수많은 대학병원에서 병의 진단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들에 입원하고 검사하기를 수 차례 반복했으나, 마지막까지 명확한 진단조차 들을 수 없었고, 병세는 점차 악화되었다. 막연히 류마티스 계열의 병들 중 하나일 것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SLE (전신홍반성루프스) 같은 무서운 질병의 하나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고, 암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감염성 질환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어느 하나 딱 진단해주는 대학교수가 없었고, 병세는 서서히 악화되어갔다. 국내 의료 수준에 크게 실망했던 이상훈 박사는 결국 일본의 류마티스 전문가를 찾아가서, 병의 진단과 예후를 듣고 나서야, ‘희망’이란 것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