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을 그리면서 제일 먼저 올려야 했던 곳은 백산 신평리 구야 마을이다. 내가 태어난 고
향 구야리는 부안읍에서 가다리행 버스를 타고 30여 분 걸리는 조용하고 아늑한 농촌 마을이
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몇 가구 남지 않은 초라한 마을로 변해 있다.
동네 앞으로는 고부 두승산(444m)이 우뚝 서 있고 좌측과 우측에는 동진강(일명 '구개'라고
불렸다)과 변산의 울금바위가 보인다.
구야(九野)마을은 옆 동네 용적.중터,상터, 신평, 구야리 등은 모두 고부천을 옆에 끼고 있
고 마을 앞으로는 용수로의 작은 똘(도랑)이 흐르는 마을이다. 구야리는 들에 거북이들이 많
다고 ‘구야(龜野)’라 했는데 거북구 자가 어렵고 획 수 또한 너무 복잡하다하여 일제 때 아홉
구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후 부터 동네가 조금씩 기울고 있지 않았나 싶다.
작품 속에 왼쪽은 내가 어릴 적 놀던 모정이고 가운데 집이 내가 태어난 곳이다. 초가에다
가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슬레이트만 올려 살면서 아버지가 벽돌을 쌓아 방 한 칸을 들인
아주 작은 집이다.
논에서 해가 뜨고 논에서 해가 지는 그런 낭만적인 동네가 신평리 구야리 모정이다. 어렵
고 힘들었던 어릴 적 추억이지만 모정 옆에 냇가 양옆으로 아카시아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요즘 같은 가을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며 익어가는 황금 들녘과 아름다운 신작로 길 이
였다. 지금은 콘크리트 수로로 바뀌어 볼 폼이 없지만, 개울을 막고 물을 퍼가며 고기를 잡던
옛 추억은 온데간데없어 모두가 추억으로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