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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3 '내변산 부사의방장(不思議方丈)'
  • 기사등록 2021-05-14 08:10:04
  • 기사수정 2021-05-14 0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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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바닷가의 외변산

변산반도의 바닷가 쪽을 ‘외변산’이라 부르고 산 안쪽을 ‘내변산’이라고 하는데

불가에서는 내변산을 부처님이 능가경을 설법하신 불국토와 비슷하다고 하여 수

행도량이 많은 명산이라서 옛 부터 ‘능가산(楞枷山)’이라 불리웠다

지난해 12월 토요일에 능가산의 동쪽에 있는 쇠뿔바위봉과 최고봉인 의상봉

주변에 깊숙이 숨어있는 원효굴과 부사의방장(不思議方丈)을 다녀왔다. 변산 아

니 부안을 그린다면 부사의방장에 다녀오고 난 후 부안의 풍경을 그린다고 말할

수 있다 하여 작심하고 다녀왔다.

동, 서 쇠뿔바위를 지나 원효굴과 내변산의 숨겨진 비경을 볼 수 있는 부사의

방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능선은 처음인데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

를 들어보면 숲이 우거지면 조망이 가려 조난사고가 일어나는 곳으로 지리를 잘

알지 못하고 섣불리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에 내변산에 대해서 손바닥 보듯이

훤하며 변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동행하였다.

청림마을 앞에서 출발하였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서쇠뿔봉 바로 코밑에서 출발

하여 동쇠뿔봉을 거쳐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지나 의상봉의 군부대가 가깝게 보

이는 곳에 다다르니 굴이 보였다. 내변산에는 원효굴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개암사 울금바위에 있는 것이고 하나는 부사의방장 아래 있는 이곳인데 원효대

사가 천년 고찰인 개암사를 중창할 때 울금바위와 이곳에서 수도를 하였다 하여

원효굴이라 한다. 굴은 절벽이 시작되는 곳에 있었는데 굴 입구 한쪽엔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이 암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먹을 수 있도록 물통이 있었고

굴 안은 꽤 넓었다. 이곳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산행을 하였다.

부사의방장은 의상봉의 동남쪽 절벽에 있는데 진표율사가 이곳에 움막을 짓고

수도를 한 곳으로 '생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곳'이란 의미가 있다고 하며, 실

제로 이곳을 보려고 왔다가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한

데 필자는 멋진 가이드 덕분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진표율사가 이곳에서 육신을 바위에 부딪쳐가며 하는 망신참법(亡身懺法)으로

수도를 하였다는데 깨달음에 진전이 없자 절망하여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때 지장암에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지장보살이 받아주어 살았는데 진표

율사는 더욱 정진하여 계를 얻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부사의방장을 작품으로

표현해보았다.

지금은 수십 층의 고층건물이 있는 시대여서 높은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일상적

인 경험이 됐지만, 고층건물이 없었던 고대사회에는 이러한 절벽 위 좁은 터에 암자를 지어

놓고, 쇠줄로 그 암자를 묶어놓은 구조물에서 사람이 거주한다는 게 정말 위험하게 보였을

것 같은 풍경이 궁금하여 작품 속에 위치를 찾았다. 아래 작품의 위치는 부사의방장을 가기

20m 전 그러니까 밧줄을 타고 내려가기 전의 왼쪽 지장봉 방향 위치에서 절벽 아래 서너 평 되는 기도터를 찾아 그렸고 스님 한분을 그려넣어 작품을 완성하였다. 힘든 하루였지만 보람 있는 날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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