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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31 해안부안사계도(海苑四季扶安圖) - ‘계화도에서 줄포만까지’
  • 기사등록 2021-06-14 18: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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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승지 몽유부안도

해안부안사계도(海苑四季扶安圖)(바다에 정원 부안의 사계절의 뜻)는 바다에서 변산반도를 바라볼 때 바다의 정원으로 대한민국의 소중한 나라정원 같다 하여 붙인 제목이다. 부안은 한반도의 남부지방에서 서해에 위치, 변산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는데, 동서로 35km, 남북으로 25km에 걸친 장방형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축복의 땅이며 오복을 듬뿍 담아가는 생명의 땅이다. 동진강과 고부천의 유역과 비옥한 백산평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산간부와 평야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아름다운 땅으로 동진강 하구부터 시작하여 줄포만까지 총99km의 아름다운 부안 해안길이다.


해원부안사계도는 계화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줄포만 생태공원까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고 스케치하여 사계절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을 그리려고 계획한 것은 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뜨겁던 여름날 우연히 위도로 하얀 상사화를 스케치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선상 위에서 본 변산의 해안길이 아름다운 한 폭의 정원 같은 느낌이 들어 작품으로 남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사실 그 전에는 고향 작품보다는 전국의 산하를 발품 팔아 돌아다니며 그렸다. 그 중에서도 영월과 정선 풍경을 주로 그려 발표하다가 언뜻 이 바다 풍경을 보다 매료되어 나이들어 눈도 침침해지고 손도 떨려 작업하기 힘들기 전에 바다에서 바라 본 부안 해안길을 그리기로 마음먹고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어떤 형태로 그리고 어느 정도 크기로 그릴까 구상하는 중에 군청에 우연히 들렸다가 새로 지은 부안 신청사 건물 1층과 2층 민원실 로비에 구상했던 풍경을 그려 기증하면 좋겠다고 마음먹고 군청 관계자에게 뜻을 전달하고 작품을 할 장소를 제공받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약하게 태어나 아픈 기억밖에 없었지만, 현재의 나를 있게 해준 고향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작업하기로 마음을 먹고 처음 할 일은 화선지를 배접할 풀을 썩히고 화선지도 직접 고르고 주문을 하여 작업 준비를 마치고 고향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작업을 시작하였다. 대작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대학 강의도 모두 접고 매주 금요일에 서울에서 곰소 작업실까지 266km를 거의 한 주도 빠짐없이 내려와 작업을 하였다.


건강 때문의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어려웠지만 더 힘든 것은 숙식과 날씨였다. 처음에는 곰소 인근에 여관방을 잡고 숙식을 하다가 경비 문제가 너무 부담되어 지인의 추천으로 인근에 있는 찜질방을 매주 이용하고 식사는 식당들이 혼자 밥을 먹으러 가면 밥을 잘 주지 않아, 금요일에 내려오면서 도시락을 준비해 식사를 하면서 작업을 하였다. 지난 겨울에는 주말만 되면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곰소에서 찜질방까지 오가는데 힘들었다. 또한 바다에서 보는 해안 풍경이라 자동차로 갈 수 없기에 군청에 행정선을 부탁하여 바다에 나가기도 하고 고무보트로 해안선 가까이 가 스케치를 하였다. 개인 경비로 낚시배를 계절마다 빌려 타고 나가 선상에서 스케치를 하고, 고창군 부안면 상포리에서 경운기 빌려 타고가고, 심원 하전마을과 만돌부락에서는 트랙터를 타고 부안 해안가 가까이 접근하여 스케치를 하였다. 조선시대 때 궁중화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가 왕이 직접 다닐 수 없어 금강산과 칠보산 등을 직접 가서 그려 보여주듯이 부안 군민을 위해 내가 직접 배에 오르고 경운기를 타고 고향분들을 왕이라 여기며 해원부안사계도를 완성하게 되었다.


길이 55.35m, 높이 95cm의 화폭 안 공간이지만 누구나 언제든 이 작품을 보면서 칠산 앞바다에서 부안의 해변 마실길을 작품으로 보면서 노닐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업하는 동안 내내 네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시공간이 툭하고 숨을 토해낼 듯 숨가쁘게 그렸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산수’를 통해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변산 해안가 마실길 일주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치유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축원하며 그린 작품이다.


“계화도에서 줄포만까지”의 작업을 하면서 본 변산은 바닷물결이 일고 변산의 산맥에서 힘이 솟는 기세를 보았다. 변산반도를 쳐다보고 그림을 그리며 한동안 몽환적인 풍경에 녹아들어 가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변산 앞바다에 해안 절경은 물결로 살아났고, 변산의 선은 산맥으로 살아나고 있었다”이를 보며 ‘부안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확신을 갖고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1년 8개월 동안 작업 중에 너무 과로한 탓에 췌장염으로 두 번의 거듭된 입원까지 해가며 완성한 부안 사계 그림은 나에게 뼈와 살을 준 고향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주신 군 관계자분들과 작품하는 동안 도움을 준 고향 친구들에게 감사드리며 “해안부안사계도(海苑四季扶安圖)” 작품이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니 부안군민이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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