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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53 주산의 겨울 - –대지의 생명력이 사랑으로 피어나다
  • 기사등록 2021-07-09 1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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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의 겨울 85x6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고향길을 가다가 눈 속에 붉은 속살 황토가 살포시 드러나면 어김없이 부안에 도착이다.황금 개띠의 해 무술년 새해를 맞아 1월 둘째 주 부안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날 밤새 설레며 뒤척이다 수업도 단축하고 고향 부안의 설경을 그리기 위해 수요일 오후 1시에 종로 화실에서 출발하여 5시간에 걸쳐 내려갔다.

내려오는 길에 서김제 IC와 부안 IC 근방에서 교통사고가나 지체하고 눈길이라 달릴 수 없어 이래저래 지루한 고향길 이었지만 마음은 들떠있었다. 오랜만에 쏟아지는 고향의 함박눈을 마음껏 보며 곰소 작업실에 도착하여 붓을 잡고 작업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놓쳐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폭설  때문에 식당들이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식사할 곳을 찾던 중 어렵게 순대국밥을 찾아 배고픔을 해결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리는 눈길을 뚫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엉금엉금 기어 숙소인 찜질방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몸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주산의 봄 2 64x28cm 한지에 수묵담채 2009

창문 너머 밖을 쳐다보니 겨울다운 눈이 밤새 소복소복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아침 곰소 작업실까지 가는 것이 걱정하며 차에 쌓인 눈을 걷어내고 출발했지만,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1시간에 걸쳐 곰소에 도착하였다.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고 내리는 눈도 감상하고 발자국이 없는 눈밭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발 아래로 나는 발자국 뽀드득 소리가 교향곡같이 들리는 것은 왜일까 생각하며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속삭였다.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가 녹아 양말이 젖어가는 것도 잊으며 하얀 풍경을 보는 순간 모든 게 행복으로 변했다.

계속해서 눈이 더 내리고 이대로라면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하나 걱정까지 해야 했다. 그래도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내려온 건데 라고 생각하며,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마음을 달랬다. 오후가 되어 햇빛이 조금 나오면서 큰 길에 눈이 녹고 군(郡)에서 제설 작업을 제때에 해주고 이면 도로나 동네입구 길들은 동네마다 농기구를 이용한 눈 치우기로 이동하는데 불편함을 덜어주었다. 스케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눈이 너무 많이 내려 곳곳에 길이 미끄러워 도로 한가운데 서있는 차들도 많았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모처럼 눈 쌓인 고향 설원 속에서 뒹굴며 어린 동심의 세계 속으로 취한 하루였다. 오늘 같은 날은 나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커다란 선물 같은 하루였다고 생각되었다.

주산의 봄 1 64x28cm 한지에 수묵담채 2009

작업실에 도착 후 늦은 저녁 시간까지 작업하고 있는데 휴대폰에 갑자기 재난문자가 떴다. 살펴보니 오늘 늦은 오후 8시 30분을 기해 부안 대설주위보가 발령되었다. 창문 밖을 보니 벌써 눈이 20cm는 훨씬 넘게 쌓여있었고 다시 찜질방까지 가는 게 걱정이었다. 부안지방에 겨울가뭄이 심해 눈이 많이 와야 한다지만, 나는 어쩌란 말인가 하고 푸념해가며 힘들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거북이처럼 기어서 찜질방에 도착하여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뜨거운 찜질방 고온에서 얼은 몸은 추스렸다. 이번 스케치 일정은 폭설이 나를 환영해준 듯하다. 그래서 행복한 날이다.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감동, 뜨거운 황홀감이 매서운 삶의 겨울을 잠재울 수 있는 주산의 눈 쌓인 황토빛 풍경을 담아보았다. 부안의 황토는 색깔이 참 좋다. 그래서 그저 바라만 봐도 정렬적이어서 좋다. 비나 눈이 오면 더욱 선명해진다. 이 황토밭에서 봄이 오면 마늘, 양파, 대파, 고구마 등 부안의명품 농산물들이 생산될 것이다. 부안의 붉은 황토는 다른지역에 비해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몸에 좋다는 사실, 그 토양에서 농산물이 자라나고 있으니 황토라고 해서 다 황토가 아니다. 특히 부안의 황토는 다른 곳과 확연히 다르다. 색깔도 붉지만 황토의 질 또한 우수하다고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의 땅이 아닌가.

붉은 항토의 대지에 건강한 생명력과 뜨거운 사랑이 배어있다. 밭이란, 생명력의 창조적 기반이며 자연의 섭리를 구현하는 삶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고향의 땅을 화폭에 옮기며 살아가는 삶도 축복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오복의 땅 부안의 설경이 나의 새로운 제2의 화가의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주고 있다.

아래의 작품은 부안읍에서 주산면 소재지로 가는 중간인신흥삼거리에서 가까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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