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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54 주산의 봄들녘 - –축복의 땅 주산의 봄 들녘
  • 기사등록 2021-07-10 14: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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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의 봄 43x41cm 한지에 수묵담채 2009

축복의 땅 부안 들녘의 붉은 황토밭은 마음의 울림을 가져다준다. 해마다 많은 곡식을 자라게 해주어 부안군민과 국민들을 먹여 살려주는 이로운 축복의 선물인 것이다. 부안에서 태어나 객지 생활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고 싶었던 삶,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을 동경하며 자연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치면서 살아온

세월을 고향의 붉은 황토밭을 보며 새삼 추억이 새롭게 느껴진다.

자연의 숨결과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지 못한 채 먹고 살기 바빠서 단순한 삶을 영위하며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전업작가로 힘들게 살아온 서울의 고달팠던 삶이 투영되고 지

친 쟁기질을 하며 나의 학비를 담당했던 아버지의 길이 생각나 가슴이 아리다. 흙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셨던 자상했던 얼굴, 운명하시기 전날 면도를 하고 싶다 하여 해드리고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 중에 나와 얼굴이 마주치며 아들 얼굴을 힐끔 바라보고 눈을 감으신 얼굴이 잠시 동안 붉은 흙고랑 사이에서 꿈틀거리며 새어나온다. 아버지 생각에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내 마치 비 온 뒤 황토밭에 나가면 온 대지의 색깔이 강해지듯이 마음도 흙처럼 부드러워지며 홍당무가 되듯이 얼굴이 붉어져 온다. 그리움 때문인가 싶어 눈가를 훔치니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잠시 작업하다 말고 멈칫 황토밭을 바라보니 흙 속에 꿈틀대는 지렁이가 아름답고 정답게 느껴졌다.


주산들녁 68x3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황토밭 밭두렁 언덕에 앉아 하얀 비닐 속에서 연한 연두보라빛의 담배 새싹이 너무나 아름답게 돋아나고 있었다.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두빛에 황홀감이 젖어들었다. 한여름 담뱃잎을 따야 하는 농부들의 숨은 고생은 잊은듯하니 마음은 무겁지만 풍요로움이 주는 행복감이 좋다.

작품 주산 ‘주산들녘’의 작품 풍경은 부안읍에서 주산삼거리를 지나 줄포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3km 정도에 가면 좌측 언덕으로 보이는 성덕리마을 동산교회 앞에 위치한 풍경이다.

이 작품은 앞으로 내가 추구해 갈 방향성에 부합되는 작품으로 황토빛의 따뜻함과 동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조화롭게 구성해 보았다. 한지에 흰 바탕을 그대로 질감을 남겨 두고 그 위에서 표현되는 간단한 녹색의 한 획으로 한국화의 여백 미감을 극대화해 순수함 감성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담배밭이기에 3개월 후에는 담뱃잎이 무성하게 나오면 다시 한번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들녘 60x34cm 한지에 수묵담채 2008

또한 그림 전체 색감에서 느껴지듯이 시골의 황토밭 길에서 뒹굴면서 자치기, 연날리기, 스케이트 타기, 밤하늘의 별들, 새 울고 꽃피는 뒷산길, 하늘을 날던 천사, 초봄의 옛 이야기

등 말랑말랑한 나의 유년 시절의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끄집어냄으로써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행복감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왜일까 반문해진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감성이 묻어남이 아닌가 싶다. 어느새 황혼이 밭고랑에 드리워지며 더욱 붉은 황토밭이 하얀 눈이 쌓이듯 논두렁 비닐위에 누군가 발자국마다 녹색 물감을 찍고 지나간 듯하다. 오늘도 고향의 하루 행복하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땅, 행복이 가득한 축복의 땅 부안으로 귀농, 귀촌 적극 권장하고 싶다. 나처럼 그림 그리기 위해, 예술하기 위해

귀화(歸畫)하는 것도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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