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74 보안 남포리 설경 - –그리움이 미려오는 설송 숲
  • 기사등록 2021-08-02 15:36:53
기사수정

남포리 설경 39x93cm 한지에 수묵 2017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있던가, 작년 겨울은 주말마다 부안에만 내려가면 눈이 내렸다. 부안은 다설지역으로 가끔씩 폭설이 쏟아지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비는 지나가고 눈은 쉬어간다는 고향 들판에 쉴새없이 내리는 눈의 두께가 눈 덮인 들판 위에 점점 높이 쌓여져만 간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을 뚫고 유등재를 지나 곰소로 향하는 길 양쪽의 남포리 풍경을 보면서 나의 얼굴이 화사해진 것은 들판의 눈을 보며 잊었던 옛 추억과 꿈,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인 듯하다. 무릎까지 들어찬 눈길을 헤치고 논과 길이 구분이 안되는 곳을 뛰어다니며 스케치하면서 이 풍경의 감동이 오래 간직할 수 있다면 나의 미래, 즉 노후의 예술적 감정의 선이 더욱 깊어질 테니까 말이다.


눈꽃들이 하루를 마감하며 눈꽃을 오므리기 전에 다시 한번 눈맞춤하러 곰소 바닷가에 나가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잃고 살아가고 나에게 고향의 설국은 나의 가슴을 넉넉하게 품어주었다. 눈은 점차 그치고 눈 쌓인 들과 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 쯤 작업실로 향했다.


보안면(保安面)의 10개 리(里) 중에 남포리(南浦里)는 보안면사무소에서 북쪽으로 1km 읍에서 15km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20m에 위치한 교통도 편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

원남포 마을은 조선조 중엽까지 조수가 왕래하여 이 마을까지 배가 드나들던 곳으로 부안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어 남개라고 하였으며, 남쪽에 있는 외포마을과 함께 남포로 불리웠으나,마을이 분리되면서 외포와 내포로 분리되면서 외포는 유천리로 내포는 남포로 분리되었다가 일제 해방 후 행정 구역개편으로 원남포로 불리웠다. 외포(外浦)의 장터에서 사창(社倉) 간 중간 지점으로 함평 노씨와 영광 정씨가 맨 처음 마을에 정착하여 살았으며 포구에서 생필품을 운반하며 살았다고 한다. 


또한 현감이 이웃 고현리에 기거하는 관계로 육방이 이 마을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이곳에 현청(縣廳)을 짓기 위해 기와를 굽고 목재와 주춧돌을 다듬은 흔적이 남아 출토되고 있다. 이 마을에서 고기잡이 나간 남자들이 돌풍으로 모두 실종되자 여자들이 주로 밭에서 곡식을 수확하여 근근이 살아가던 중 고을 현감이 특별히 조세를 감면해 주고 위로하며 선정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현감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웠으나 일제 때 없어지고 , 그 터는 지금은 밭으로 변했다고 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마을의 악과 흉을 물리치고 그 복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정월 당

산제를 지내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은 마을사람들은 뒤에 산을 개간하여 농지가 가장 적었던 마을을 농지를 많이 개간하여 마을 소득도 높아지면서 부촌마을로 변해 있다. 노령산맥 연봉 변산반도의 남단에 접해 있으며, 동쪽으로는 줄포면과 서쪽으로는 옥녀봉, 매봉, 동령재에 접해 있고, 남쪽은 줄포만과 근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유정재를 넘어 상서와 접해있으며 남포리 지석묘(사창, 용사동 저수지 부근)는 우동리 지석묘군(牛東里 支石墓群)과 함께 옛 조상들이 살고 있던 곳으로 유구한 마을 역사를 입증케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채홍국 등이 중심이 되어 정유이창동맹을 맺고 왜병을 맞아 싸운 사실을 기리는 정유재란 호벌치 전적지(전라북도 기념물 제30호)가 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눈 속을 뛰어다니며 스케치하다가 서산대사 선시한 구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나의 설경 작품 속에는 우선 한국화의 특징인 여백의 미를 감미했다. 겨울눈은 자연 본연의 모습이자 순수인 동시에 또한 여백으로 가능하며 넉넉한 인정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겨울의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결코 춥지 않다. 소담스러운 고향의 설국 풍경이 오히려 사람의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하듯 겨울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편안하고 따뜻함이 묻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이는 자연에 대한 순응으로의 동양적 세계관, 그리고 넉넉한 세계로 연결되는 고리의 붓질인 셈이다. 


겨울은 절대적 동면의 세계가 아닌 대지의 품에서 역동하는 생명력이 움트는 준비의 시간이다. 이는 곧 나의 겨울은 원초적 생명력이 고스란히 간직된 탄생 의 봄을 예비하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작게는 인간의 삶에 비추어보면 어미의 자궁에서 잉태해 새 생명이 자라듯 천하만물이 수태되는 모성의 계절이 바로 겨울이란 인식이자 깨달음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겨울은 나의 고향 이미지와 빼다박은 듯이 닮아 있는것이다. 따라서 고향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야말로 로맨틱한 자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겨울이란 ‘나’를 찾아내어 형상화 할 수 있는 창조의 계절이다.

아래의 작품은 유정재를 지나 1km 지점 현대나라 주유소 앞 도로 건너 솔숲 풍경과 부안로 1344-4번지(남포리 216-4번지) 농가를 그린 작품이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8-02 15:36:53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칼럼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