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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77 청도마을과 팽나무노거수 -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목
  • 기사등록 2021-08-05 16: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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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마을 팽나무 노거수 73x4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무더운 땡볕 여름날 시원스런 그늘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위를 식혀주는 아름다운 팽나무를 그리기 위해 축복의 땅 부안의 동진면 청도마을을 찾아나섰다. 전날 페이스북에 지인이 올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그려보고 싶은 충동에 이른 아침 찜질방에서 나와 시내에서 따뜻한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출발하였다.


팽나무가 있는 청도마을은 부안읍에서 북쪽으로 약 6km지점에 위치해 있었고 마을 골목길을 들어서니 아름다운 팽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쉽게도 팽나무 고목나무 아래에는 일부가 고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한 쪽은 잎이 무성했다.

왼쪽으로 앙상한 나뭇가지만 벌거벗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조금 아쉬웠지만 마을 모정을 중심으로 둘러있는 논의 벼이삭과 나무들이 마을의 농가들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평온하

게 감싸고 있었다.


지금의 팽나무가 심어지고 청도마을이 형성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 조선조 제23대 왕 순조(재위1800~1834)때 국정이 매우 혼란할 때 외척 안동김씨의 세도정치와 조정의 당파싸움 등 사회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해 지방 수령의 가렴주구와 계속되는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은 기아선상의 도탄에서 신음하고 있었으며, 괴질의 창궐로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는 등 인심이 매우 흉흉했다고 한다. 사회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자 유랑하는 유민들이 많았는데, 그 중 윤씨 성을 가진 자와 이씨 성을 가진자가 낙향하여 지금의 팽나무가 서있는 이 자리에 움막을 짓고 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 여러 성씨가 이주하여 30호가 넘는 큰 마을이 형성되어 번창해 갔으며 바닷가가 가까워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로 생활이 풍족하였다 한다. 


이때에 각종 질병이 만연하고 민심이 흉흉하여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고 영육을 맑게 하고자 ‘맑을 청(淸), 길 도(道)’라고 마을 이름을 명명하고 지금까지 우뚝 마을을 지키고 수호하며 안녕을 바라며 서 있는 팽나무 고목의 수령이 약 200여 년이 되었으며, 마을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보호수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도 변하고 송림으로 빽빽하던 마을 주변의 산은 땔감 부족으로 인한 주민들의 화목 채취로 지금은 어린 소나무가 서 있으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던 마을 뒤편 바다는 간척사업으로 지금은 들과 논으로 변했다.


아래 내동마을 앞에는 똑다리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도로가 생기면서 없어졌고, 동쪽 구릉에는 옛날에 배가 드나들어 배를 매어 놓았던 ‘말모레기’라고 하는 곳이 있었는데 간척사업

으로 상전벽해가 되어 버려 그 자취를 찾을 길 없다. 그러나 지금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으로는 윤선비가 이곳에 이주하면서 움막을 지으며 심었다는 팽나무가 이 청도마을의 수호신으로서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당주가 되고 있으며, 이 마을을 찾는 손님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또한 청도마을은 전통적으로 교육을 중요시하여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하였다 한다. 한학을 가르치는 서당도 있었던 마을은 70년 대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옛 청도마을의 영

화를 되찾고자 마을 주민들이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많은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났다. 그렇지만 마을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현재 청도마을은 각성 윤씨, 장씨, 서씨, 조씨 등 여러 성이 살고 있으며 가구수는 30여 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옆 마을 내동마을은 20여 가구가 살며 전주이씨들이 살고 있다.

밭은 없고 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젊은이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고 80% 이상이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로 팽나무는 누기(漏氣) 있는 땅과 마른 땅의 경계에 주로 산다. 강과 육지의 경계인 자연제방이나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해안 충적 구릉지에서 자주 발견된다.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온화한 마을 어귀나 중심에서 마을나무나 당산나무로 자리 잡아 전통 민속경관을 특징짓는 대표종이다. 해안 지역에 더욱 흔하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공간인 당집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팽나무는 장수하는 유전적 특질과 새들의 먹이인 열매를 풍성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영육(靈肉)의 생명 부양 나무로서 소중한 역할을 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처럼 1,000여 년 살지는 않지만, 500여 년을 예사로 사는 장수종이다. 팽나무는 물과 공기가 잘 통하는 모래자갈땅에서도 약간 비옥한 곳을 더욱 좋아하며 느티나무 서식처와 중첩되기도 하지만, 느티나무는 내륙 쪽에 치우쳐 분포한다면, 팽나무는 청도마을처럼 바다와 가까워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곳에 치우쳐 산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섬지역이나 제주도에서 팽나무 노거수가 적지 않게 관찰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고향 부안에 팽나무 노거수가 많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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