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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80 반월리 할아버지 할머니 당산나무 - –노을이 아름다운 변산 반월마을!
  • 기사등록 2021-08-09 14: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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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리 당산 팽나무 100x64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당산나무에서 내려다보면 집들이 마치 반달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반월’이라는 명칭으로 유래되어 내려온 반월리는 변산의 빼어난 바닷가 해안 절경을 끼고 있는 해안가 마을이다.

부안읍에서 변산 방향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가다가 채석강을 2km 못 미쳐 종암마을 우측에 위치해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이 마을이 융성했을 때에는 60여 가구 살았다고 하니 마을이 굉장히 큰 마을이었다고 짐작된다. 당산나무의 영향을 받아 마을사람들이 온순하고 착하다고 한다. 지금은 30여 가구 정도 살고 있지만 현대식으로 개조하거나 새로 집을 신축해 식당과 숙박업소들이 들어서서 옛 정취는 찾기가 힘들다.


고사포에서부터 시작되는 해안도로를 따라 스케치를 하다가 채석강 닭이봉 너머로 타버릴 듯 물드는 붉은 석양이 황토밭과 당산나무를 빨갛게 색칠하고 마을 밭과 논을 보는 순간 지는 해에 감탄을 하여 주저앉아 스케치를 시작했었다.

그때가 대명콘도가 오픈하던 해였으니 꽤 오래전 일이다. 해가 질 때면 온 마을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옛 반월마을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으나 지금은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건물로 인해 이제는 아름다움이 없어져 아쉽다. 그때의 황홀감이 다행히 지금까지 남아있어 그 추억이 새롭다.


전통적으로 당산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중심지였다. 마을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동네 당산나무를 보고 자라왔다. 당산나무는 그 동네의 공동체성과 전통을 뚝심있게 지키고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 나무이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사람들은 당산나무 밑에서 놀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에게 고향의 모습을 그려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당산나무를 한가운데에 놓는다. 그래서 당산나무는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정신적 지주이며 민속 문화의 곳간이

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해안가 스케치를 가다가 당산할배, 할매 당산나무 앞에 커다란 펜션이 막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먼저 맞이하던 동네에 등 쪽에 흘러들어가는 기운이 막혀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지역의 동네에서는 당산 후계목 제막식이 있었다. 당산 후계목 제막식이란 오래전 사라진 당산나무 대신 새로운 나무를 선택해 마을의 당산으로 세우는 행사이다. 그 마을에

서는 수십 년 전 나무가 벼락에 탄 이후로 마땅한 당산나무가 없는 상태였다.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에만 남은 나무의 후계목을 다시 새로 심는 것보다 당산나무가 있던 자리에 새로 나

는 잘생긴 나무를 후계목으로 심는 동네도 있는데 하물며 이 동네는 지금도 멋지게 서있는 당상나무도 건물에 가려 이제는 펜션 벽만 볼 수가 있게 됐다. 펜션 건물에 일개 정원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도로 건너편 바닷가를 보며 서 있는 죽은 회화나무만 보호수로 정해져 푯말이 덩그렇게 놓여있을 뿐이다. 기분이 씁쓸했다.


작품 속의 두 그루 당산나무 중 오른쪽에 구부러진 나무가 할머니 당산나무이고 왼쪽에 반듯한 나무가 할아버지 당산나무이다. 참고로 변산의 채석강과 적벽강은 한국의 일몰 명소 중의 가장 유명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로 채석강과 적벽강에서 바라보는 황금노을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세계 3대 석양에는 일반적으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가 꼽히지만,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1420년~1488년)은 한양에서는 양진 지금의 양천, 강서구(양화대교, 양평동, 가양동 강변 일대)의 낙조가 최고라고 칭송했다. 내륙에선 달성 사문진 나루터와 서해에선 인천 강화동, 전북 부안의 격포 해변 채석강 등이 가장 유명하다고 했다.


변산 마실길이 이곳을 지난다. 변산 마실길 3코스 중의 적벽강 노을길이다. 적벽강 노을길은 격포항에서 출발해서 채석강~적벽강~반월마을쉼터~하섬전망대를 거쳐 성천마을 까지 약 7km에 이르는 길이다. 지나는 코스마다 해변의 경관이 아름다워 흠뻑 빠져들게 한다. 혹시 부안에 오면 해질녘에 마실길을 꼭 놓치지 말고 연인끼리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며 걸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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