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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전쟁’…‘파운드리 1위’ 가능할까 - 공급망 위기 미중 패권전쟁, 첨단 기술 경쟁 격화 현실녹록지 않아
  • 기사등록 2021-12-14 18: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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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에서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를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투자에도 삼성전자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 부회장은 5년 만의 미국 출장 귀국 후 첫 마디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감과 절박함을 담은 메시지를 던졌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미중 패권전쟁, 첨단 기술 경쟁 격화 등 삼성전자 앞에 놓인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논리와 연산, 제어 기능 등을 수행하는 반도체이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디지털화된 전기적 정보를 연산하거나 처리(제어, 변환, 가공 등)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의 해외 전진기지가 마련된 것이다. 테일러시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라인(1998년 준공)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이어,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공장 설립을 발표한 지 6개월여 만이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1공장을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40㎞ 떨어진 곳이며, 기존 오스틴 공장보다 약 4배 정도 넓어 향후 첨단 공정 시설을 추가하는 데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테일러시를 선택한 것은 파격적인 혜택 때문이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투입하는 20조원의 투자금을 사실상 그대로 돌려주는 수준의 150만평 부지 제공과 세금 감면 혜택으로 삼성을 잡았다. 테일러시는 첫 10년 동안 재산세 감면 지원 방식으로 92.5%를 돌려주고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돌려주기로 했다.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 경기도 기흥·화성·평택과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생산 체계가 완성된다. 신규 라인에는 5G와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전략 분야로 시스템반도체를 주목했다. 1974년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이후 40년 넘게 비메모리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후인 올해 8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스템반도체 투자계획 규모를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삼성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를 주목하는 이유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스템반도체는 5G,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맞물려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일본, 대만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반면, 한국 기업은 5%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이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확정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인텔과의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연산 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2.9%로 1위, 삼성전자가 17.3%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과 경쟁 관계인 애플이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위탁 생산을 TSMC에 몰아주는 탓에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120억 달러를 투자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 중이다. 인텔도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두 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첨단 공정인 10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 시장만 보면 TSMC와 삼성전자가 약 6대 4 정도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어 삼성은 내년 상반기에 최신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 기반의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GAA는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더 작고 빠르게, 적은 전력만 소모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은 반년 넘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까지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비용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수도권 대기업 지원 반대론’ 등의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대만 등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투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에서는 투자 여력이 중요하다”며 “개별기업이 현재보다 더 많은 투자 여력을 가지려면 세액 공제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등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무는 “반도체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반도체 인력 양성이 잘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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