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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중도종료 청소년, 전과자인가?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인가? [손영현 칼럼]
  • 기사등록 2022-03-17 2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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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중도종료 청소년, 전과자인가?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인가?



“변호사님, 저는 여기 감옥에서 5~6년 있을래요. 그냥 다 인정하고 빨리 끝내주세요.”


서울 지역 국선전담변호사로 1년 남짓 일하면서 적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국선 변론을 진행해오면서, 구속된 피고인이 언제쯤 나갈 수 있겠는지, 얼마나 감옥살이를 해야 할지에 대해 묻는 피고인은 었었어도, 짧지 않은 기간인 몇 년동안 그냥 감옥에 있겠다며 모든 범죄사실을 인정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고, 무죄로 다퉈볼 만한 쟁점들이 충분히 있는 사건의 피고인이기에 더욱 의아했다. 그래서 그 피고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은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저는 지금 여기 와서 제 몸이 아프지는 않은지, 괜찮은지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난 게 처음이에요. 여기서 나가봐야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어요.”


도대체 20대 초반의 젊디 젊은 청년이 왜 이렇게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게 되었을까? 그 궁금증에서 이 젊은 피고인의 살아온 궤적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이하 그를 A라고 하겠다.


A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가 기억하는 것은 부산 보육원에서 자신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초등학생때 서산에 위치한 보육원으로 옮겨오게 되었고, 그 보육원에서는 형들과의 마찰로 겉돌다 보육원 밖에서 범죄에 연류되어 소년원에 가기에 이르렀다. 소년원에서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는 보육원에서 더 이상 보호하기 어렵다고 하여, A는 겨우 15살의 나이에 ‘보호중도종료’되었다. 그때부터 그의 홀로살이가 시작되었다. 


흔히 가출청소년이라고 하면 가족들과의 충돌 등으로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이고, 이러한 청소년들은 돌아갈 집이 있다는 전제에서 보호시설들도 ‘임시’보호이다. A에게 그러한 ‘임시’보호시설들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만 하여, 어느 한 곳에서 살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다니던 중학교는 졸업하지 못하여, 의무교육인 중학교마저도 졸업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맸다고 한다. 그 후 다시 소년원에 가서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졸업하고서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니, 그나마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같이 보호시설에서 만난 친구의 소개로 만난 ‘이모’라는 사람은 서울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게 해주고 용돈도 조금씩 줘서 안정적인 생활을 잠시나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모는 A 명의의 핸드폰을 서너개 만들어 줄 것과 A 명의로 부산 소재 사업자등록을 해줄 것을 요구했고, A는 그나마의 안정적인 생활이 끝날까봐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업자등록에 대해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폐업신고를 하고 그 오피스텔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A가 만들어준 핸드폰의 요금이 납부되지 않아,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또 다시 여기저기를 방황하다 알게된 친구 명의의 핸드폰을 사용했지만, 핸드폰번호는 매번 바뀔 수밖에 없었다. 


A는 자기 명의의 핸드폰이 범죄에 사용되어 범죄자로 찍혔다. 경찰은 피고인과 같은 보호소에서 생활했던 친구를 불러 “A가 그 범죄를 한 것이 아니라면 너가 한건데, 너가 범죄자냐”고 말했고, 이에 그 친구는 A가 그 범죄를 한 사람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렇게 재판에 넘겨진 A는 여기저기를 다니고 핸드폰 번호를 계속 바뀌니 법원의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결국 법원의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되었다. A는 구속된 이후에도 배달을 하다 간질발작으로 오토바이가 넘어져 친구의 핸드폰이 부서졌고, 오토바이 수리비도 물어야 하는 상황을 자신의 구속사실보다 먼저 걱정해야 했다. 


A는 보호중도종료 이후 이곳저곳을 떠돌며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여 간질 즉 뇌전증이 확진되어, 재판을 받다 쓰러지기도 했다. A는 출소 후 그나마 신용불량에 겨우 할 수 있었던 배달기사도 뇌전증이 언제 발현될지 모르니, 사고의 위험 때문에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다보니, 과연 출소 후 자신이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A를 보고, 누가 중학생시절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까? 


A의 재판을 진행하면서 A와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여야 해서, 그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사전에 만나서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해야 했다. 그 친구들도 ‘보호중도종료’되었던 청소년들이다. 그들도 A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핸드폰번호는 매번 변경되어 고정적으로 연락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먼저 연락이 오는 날이면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고 그 친구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을 물어야 했다. 친구들의 핸드폰번호가 매번 바뀌니 A의 핸드폰번호를 기억하는 친구가 없어서 범죄에 사용된 핸드폰번호가 A의 것이 아니라는 입증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루 하루 살아가기가 급급한 그들에게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사건이 발생한 날짜와 시간 순서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A가 그 범죄를 일으킨 것이 맞다고 경찰에 진술하였던 그 친구를 불러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기도 하였다. 그도 ‘보호중도종료’청소년이었다. 경찰의 참고인 신문조서에는 A의 그 친구가 확신에 차 A를 범죄자로 지목하듯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 경찰이 A가 범죄자가 아니면 증인이 범죄자라고 하여, 이러한 진술은 한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꼭 나의 어리석은 걱정이길 바랬던 것을 비웃듯이, 그 친구는 “네, 경찰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저는 아니라고 그렇게 진술했어요. 그리고 여기 적힌 것처럼 확정적으로 대답하지는 않았던 것같아요.” 


다행히 재판 결과 A의 바람과는 달리 집행유예를 받아 바로 석방되었고, 수개월의 재판 기간동안 A를 지지해주고 도와주었던 청소년행복재단의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지금은 수도권 어딘가에서 무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행복재단은 보육원 보호중도종료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자세한 사항은 재단법인의 홈페이지(http://withjoy.or.kr) 참조}


A와 그 친구들의 사례가 비단 매우 특별한 것일까? 지난 1년간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며 113건의 선고를 받았는데, 그 중 ‘보호중도종료’ 청소년을 A 포함하여 2건이었다. 113명 중 2명이 ‘보호중도종료’ 청소년이라는 것은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매우 높은 수치이다. 그 피고인은 A와 달리 숙식을 제공해주던 사람들의 거짓 호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이미 징역 1년을 복역하였고, 출소 후에도 이전 사건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재차 법정에 섰던 것이다. 


최근 만 18세가 되어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커져 ‘보호종료’ 청소년이 아니라 ‘자립준비청소년’이라고 호칭하고, 자립지원금을 상향하는 등의 지원책이 늘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구성원에 대해 배려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로 발전해나간다는 것이기에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와 함께 ‘보호중도종료’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더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보호중도종료’ 청소년은 ‘자립준비청소년’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생활은 더욱 곤궁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만18세 직전에 ‘보호중도종료’되어 자립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자립준비청소년’이 되는 사례 또한 보고되고 있다.


우리 생활의 일반적인 사항들을 규정한 민법에서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 대한 권리 등을 통칭하여 ‘친권(親權)’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법은 ‘친권’에 대해 다른 법적 권리(權利)들과 달리 권리자가 일방적으로 권리를 포기하거나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만 제한되거나 상실시킬 수 있다. 보호자가 부재(不在)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친권자’로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법으로 사인(私人)에 대해서는 친권을 엄격히 관리하면서, 국가의 친권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중도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친권’의 특성이나 그 보호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부적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는 그 아동·청소년이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할 시점까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가 지속적으로 챙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챙겨주는 것이 단지 그 아동·청소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현재와 같이 ‘보호중도종료’ 로 아무런 조력없이 거리로 내모는 것은 결국 범죄의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배려과 관심으로 더욱 건강한 나라, 대한민국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친다.



※ 본인이 진행한 형사사건들에 대해서는 긴밀한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밖에 없고, 형사 사건의 내용을 그대로 전할 수 없어, 일부 쟁점사안 위주로 각색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통상 ‘보호종료아동’ 과 같이 ‘아동’으로 호칭하는 부분에 대하여 ‘아동’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어린이로 비춰지는 면을 고려하여, ‘청소년’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손영현

(양성평등가족위원회 공동위원장)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신청링크]

https://youth.seoul.go.kr/site/main/content/protect_termin_child_allow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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